한때 ‘연기돌’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곧잘 쓰이곤 했다. 인기 있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실력에 비해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해 눈총을 받았던 탓. 그러나 최근 ‘연기돌’들은 이러한 편견이 무색하게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이 아이돌인지 모르는 시청자들은 신인 배우로 착각할 정도다. 특히 올해는 ‘연기돌’들이 돋보인 한 해였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많았고, 대부분은 작품성과 흥행 모두 잡았던 것. 올해 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연기돌’ 톱5를 꼽아봤다.
◇ 디오, 첫 주연 ‘백일의 낭군님’으로 대세 굳히기
2018년 가장 눈에 띈 ‘연기돌’은 엑소 디오(도경수)다. 도경수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연출 이종재)에서 이율(원득)을 연기했다. 까칠하지만 정인 윤이서(홍심/남지현 분)에게만은 애틋한 연심을 품는 이율은 도경수가 연기해 그 매력이 날개를 달았다. ‘백일의 낭군님’이 첫 사극인 데다, 첫 미니시리즈 주연인 만큼 그에게도 이 작품은 많은 부담이 됐을 터. 그러나 도경수는 뛰어난 캐릭터 분석과 연기력으로 부담감을 덮었다. 덕분에 이 작품은 tvN 역대 드라마 TOP4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도경수 역시 ‘백일의 낭군님’으로 극을 이끄는 주연으로서 실력을 증명함과 동시에 배우로서 입지 역시 탄탄해졌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건 물론이다.
◇ ‘시간’ 서현, 아이돌 이미지 벗고 배우 도약
MBC 수목드라마 ‘시간’(극본 최호철, 연출 장준호)은 서현이 홀로서기를 한 이후 처음 출연한 작품이다. 이전에도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았지만 소녀시대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것이 사실. 현재는 개인 활동, 특히 연기에 집중하고 있는 서현이 이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서현은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간’에서 극한의 감정 연기를 소화하는 건 물론, 밝고 당찬 설지현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상처 받고 어둡고 독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서서히 극에 녹여냈다. 연기력 역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아이돌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지우고 배우 서현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데 성공했다.
◇ ‘강남미인’ 차은우, 얼굴 천재 연기 도전 ‘합격점’
아스트로 차은우 역시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연출 최성범/이하 ‘강남미인’)을 통해 처음으로 주연에 도전했다. 주인공 도경석을 연기하게 된 은우는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웹툰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어 진행된 극에서 차은우는 강미래(임수향 분)를 향한 도경석의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을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대사 처리가 다소 딱딱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캐릭터의 분위기나 감정 등은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 ‘강남미인’으로 배우로서 높은 가능성을 평가받은 차은우는 현재 유튜브 오리지널 ‘탑 매니지먼트’(극본 김정희 박슬기 임정민 유수지/연출 윤성호)에도 출연 중이다.
◇ 믿고 보는 연기돌 등극, ‘플레이어’ 크리스탈
에프엑스 크리스탈은 꾸준히 배우 활동을 하는 아이돌 중 한 명이다.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부터 SBS ‘상속자들’에서 감초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과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주연으로 발돋움해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OCN ‘플레이어’(극본 신재형, 연출 고재현)는 장르물이기에 이전 작품과는 결이 달랐다. 이에 그가 이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 역시 존재했으나, 의외로 생존을 위해 거칠어진 차아령 역을 찰떡 같이 연기했다. 거침없고 쿨한 차아령의 매력은 크리스탈을 만나 더 빛났다. 덕분에 크리스탈을 호평을 받으며 또 한 명의 믿고 보는 연기돌이 됐다.
◇ 인피니트 엘, ‘미스 함무라비’로 성장 증명
인피니트 엘은 그간 특출 난 능력을 보인 ‘연기돌’은 아니었다. 하지만 MBC ‘군주-가면의 시간’ 이후 연기가 늘었다는 칭찬이 많아졌고, JTBC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를 통해 ‘눈여겨 볼만한 연기돌’에 등극했다는 평이다. 지난 7월 종영한 ‘미스 함무라비’에서 김명수는 박차오름(고아라 분)을 곁에서 돕는 판사 임바른으로 분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단점으로 꼽히던 발성부터 감정 연기까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후천적 노력’으로 변화한 면모를 보여준 점은 대중에게도 호감을 샀다. 엘은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배우로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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