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악역 없이도 긴장감 넘쳐… 파스텔톤 많이 활용해 눈 편안
“의도 없었는데 힐링된다니 감사, 다음엔 피 튀는 작품 할까봐요”
계룡산 중턱 카페에서 커피를 달여(?) 사발에 내놓는 바리스타 할머니. 한복을 입고 머리엔 작약꽃을 꽂은 그는 사실 오래전 사고로 남편(나무꾼)을 여의고 699년간 인간계에 머물고 있는 선녀 선옥남이다. 그의 사연을 다룬 tvN ‘계룡선녀전’은 5일 첫 방송 뒤 시청률 5.0%(2회·닐슨코리아)로 나름 화제몰이에 성공한 편. 드라마의 원작 웹툰을 그린 작가 돌배(본명 장혜원·37)를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제주도 월정리에서 마라톤을 하다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는 할머니들을 보고 ‘저분들이 사실은 선녀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조용히 살아가는 할머니, 너무 ‘쿨’하잖아요!”
돌배는 작품에 강한 악역이 없는데도 작품의 흐름을 느슨하지 않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이다. 색채는 파스텔 톤을 많이 활용해 보는 내내 눈이 편안하다는 평도 받는다. 첫 작품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미국의 한 태권도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다뤘고, 최근작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도 주인공이 마라톤을 통해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는 훈훈한 내용. 이런 면면 때문에 팬들은 돌배의 작품을 두고 ‘힐링 웹툰’이라 부른다.
한데 정작 작가는 ‘저(低)자극’ 웹툰을 그리겠단 의도가 없었단다. 일부러 악역을 내세우지 않는 게 아니라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사람들”을 캐릭터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도 자극적인 블랙코미디로 가득 차 ‘힐링’과는 거리가 먼 ‘사우스 파크’ 시리즈. “아니 (무서운) 호랑이와 용까지 나오는데도 힐링이 된다니, 다음 작품은 ‘왕좌의 게임’처럼 처절하고 피 튀는 작품으로 한번 해봐야겠어요, 하하.”
2013년 데뷔한 돌배는 원래 애니메이터였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전공했고,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때는 미국에서 게임회사를 다니며 퇴근한 뒤 만화를 그렸다. 작가는 항상 영화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던 방식으로 웹툰을 그려 왔기에 영상으로 표현한 이번 드라마가 무척 기대되는 눈치다.
“‘계룡선녀전’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본질적으로는 꿈을 위한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많은 분들이 강하고 ‘쿨’한 선옥남을 보며 즐거움을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