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동시에 배타적 민족주의가 극성을 부립니다. 경제성장률 증가 수치와 별도로 삶은 더 불안해지지요. 세계적으로 국가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 번역 출간된 ‘레트로토피아: 실패한 낙원의 귀환’(아르테)은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의 유작으로 이 같은 문제를 성찰합니다.
사는 게 힘들면 ‘옛날이 좋았다’며 실제로는 좋지도 않았던 옛날을 그리워하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미래에 의지하는 대신 아직 죽지 않은 과거에 비전(vision)이 존재한다고 본다”며 ‘향수병의 세계적 유행’을 비판합니다.
선진국에서도 다음 세대가 현 세대보다 더 가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저자는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가 ‘불평등으로의 회귀’를 막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세금 인상을 우려하는 우파뿐 아니라 전통적 좌파도 이 제도가 복지국가의 해체를 추동할 것이라며 탐탁지 않아 하지요.
최근 국민연금 제도 개선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해체될 만한 복지국가를 가져 본 적이 없는 우리는 어느 길을 택해야 할까요. 남들이 가보고 돌아 나온 ‘낙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길?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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