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할아버지는 골목길 의자에 앉아 쭈글쭈글한 얼굴로 늘 천둥처럼 고함만 친다. “이놈, 인사 안 하냐?” 학교를 마치고 올 때마다 나는 겁에 질린다. 저 할아버지 좀 안 만날 수는 없을까. 그런데 오늘은 할아버지가 늘 앉아 있던 의자가 비어 있다. 웬일인가 싶어 봤더니, 아이들에게 딱지를 접어주며 함께 놀고 있다. 할아버지가 딱지놀이를? 무섭기만 한 옆집 할아버지도 이런 놀이를 할 수 있었다니. 설마 할아버지에게도 나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던 것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하자 무섭기만 하던 할아버지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아이도 한 뼘 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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