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 롤라 영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이런 심사평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소설은 전에 본 적 없는 형식으로 씌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몇 초짜리 짧은 영상이 끝없이 재생되고 또 재생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2년 열한 살짜리 아들 윌리를 장티푸스로 잃는다. 끔찍이 아끼던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링컨은 남몰래 아들의 묘지를 찾아 시신을 꺼내 안고 오열한다. 그 때문에 윌리의 넋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바르도’에 머무르며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바르도에 머무는 세 영혼 한스, 로저, 에벌리는 어떻게든 그를 빨리 저승으로 보내고자 한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가 주는 고통으로부터 어린 윌리를 구해내기 위해서다.
작가는 “나 말고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집필했다고 한다. 170여 개의 목소리가 치밀하게 엮여 들어간 이 언어의 모자이크를 완전히 이해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겪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맨부커’라는 이름값은 빼고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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