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 앞에서는 농담도 잘하는 훈남 김모씨(남·30). 그런데 소개팅만 나가면 이유없이 불편해지는 마음 탓에 얼굴이 굳어지고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하고야 만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그 이유는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 분비량이 적게 나와서다. 9일 국제학술지 ‘사회신경과학 학회(Social Neuroscienc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낯선 사람과 소통을 잘 할 확률이 30% 높아진다. 이는 옥시토신이 신경세포에 작용해 행복할 때 나오는 ‘세로토닌’ 분비를 돕고, 긴장감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뇌에서 신경물질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평상시 거의 분비되지 않다가 출산시 자궁을 수축시켜 아기를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을 돕고, 젖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 심리학과 다니엘 코헨 교수팀은 19세~30세 남성 44명을 반으로 나눠, 한 그룹은 옥시토신이 0.4mL 들어있는 용액을, 다른 그룹은 생리식염수만 들어있는 용액을 코에 뿌리게 했다. 45분이 지난 후 심리적 안정감을 수치화한 척도인 CID테스트 점수를 비교했다. 외부요인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를 막기 위해 실험 2주전부터 술, 니코틴, 카페인 등을 마시는 것은 금지됐다.
CID테스트는 사진을 띄운 스크린을 실험자 쪽으로 1분간 천천히 움직이는 방식이다. 실험자는 불편하다고 느낄 때 멈춤버튼을 누르면 된다. 실험자가 반응한 속도와 시간을 합산해 점수로 매긴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사교성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총 9장이 사용됐는데, 실험자 본인 사진, 친구 사진, 낯선 사람의 사진이 무작위로 나타나게 했다.
그 결과 낯선 사람의 사진을 봤을 경우 옥시토신을 투여한 그룹의 점수는 900점, 반대 그룹의 점수는 700점에 그쳤다. 다만 친구와 본인 사진으로 실험을 진행한 경우 두 집단 모두 반응하는 속도와 불편감은 차이가 없었다. 소득, 체중 등은 실험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스라엘 연구진이 옥시토신에 주목한 이유는 옥시토신이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옥시토신을 비롯한 호르몬이 뇌와 부교감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주목했다. 옥시토신이 호르몬에 작용하는 과정을 밝혀낸다면 긴장감을 줄여주는 신약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옥시토신이 사회적 교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추가 연구에서 옥시토신이 유부남들에겐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성욕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하지만 긴장해서 ‘옥시토신’이 덜 나온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험을 이끈 다니엘 교수는 “익숙한 장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안정감’을 느껴 옥시토신 분비가 활성화 될 수도 있다”라며 “신뢰, 존중, 배려할 때 분비가 촉진되는만큼 평소 건강한 인간관계를 쌓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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