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화 작가와 허수현 작곡가의 환상 콤비 ‘악성 베토벤’ 일대기 아닌 개인사도 재조명 ‘폭풍’이 작품 속 키워드…극중 반전도 눈길
뮤지컬에서 작가와 작곡가는 야구에서의 투수와 포수 같은 사이다. 연극과 뮤지컬을 ‘배우의 예술’이라 흔히 부르지만 그건 완성된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의 이야기이고, 제작단계에서는 이 두 포지션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추정화 작가와 허수현 작곡가의 존재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홍복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콤비플레이를 펼친 ‘인터뷰’와 ‘스모크’를 정말 흥미롭게 보았다. 앞으로 이들이 함께 한 작품은 제목도 안 보고 찾아갈 용의가 있다. 작가가 연출을, 작곡가가 음악감독까지 겸임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추정화·허수현 콤비의 신작 뮤지컬에 출연하는 두 명의 배우를 만났다.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라는 제법 긴 제목을 가진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악성’ 베토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정의욱, 김소향 두 배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의욱은 ‘베토벤’, 김소향은 ‘마리’라는 역할을 맡았다.
“아이, 오빠가 그걸 말하면 어떡해!” (김소향)
“괜히 말했나? 흐흐” (정의욱)
아직 개막 전인지라 두 배우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의욱이 무심코 입을 뗐다가 김소향에게 두 번이나 면박(?)을 당했다.
추정화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을 썼다. 극중 반전은 매우 충격적이다. 기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김소향이 “그렇다고 ‘나중에 알고 보니 베토벤이 마리였어?’ 하는 정도는 아니에요” 하며 웃었다.
베토벤은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가 독신이었다고 해서 신부나 스님같이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인생에는 많은 여성이 있었고, 그가 쓴 편지의 대상인 ‘불멸의 연인’이 과연 누구였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마리는 실존했던 여성이 아닌 허구의 인물이다. 베토벤이 가장 힘들 때에 용기를 북돋아주고 새로운 인생을 떠올릴 수 있게끔 돕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베토벤과 마리 사이에 뭔가 핑크핑크한 연기가 모락모락할 것 같지만.
“전혀요. 이 작품에는 러브라인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
정의욱은 “(베토벤과 마리는) 서로 심장에다 칼을 한 번씩 푹푹 꽂죠.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런 사랑이 아니에요”라고 했다.
“마리는 저돌적이고 당돌하면서도 엉뚱한 데가 있거든요.” (김소향)
마리는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어서, 연습과 수정이 진행되는 동안 점점 존재감이 커졌다고 한다. 심지어 추정화 작가는 “다음번에는 마리의 시선으로 베토벤을 바라보는 스핀오프(오리지널의 파생작품)를 쓰고 싶다”고 했단다.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중에 ‘템페스트(폭풍)’가 있다. 정의욱은 “작품 속에 ‘폭풍’이 계속 등장한다. 그만큼 우리 극에서 중요하다. 폭풍이 한 번 불고나면 무대가 엉망진창이 된다”고 했다.
김소향은 “루드윅은 굉장히 뜨거운 작품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추정화 연출”이라고 말했다. 추정화 연출 자체가 뜨거운 인간인 데다 배우들에게 늘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99도는 의미없다. 100도로 끓어라”고 요구한다는 것. “아무리 배우라고 해도 아침부터 100도로 끓기가 쉽겠어요?” (김소향) 정의욱은 “배우들 목이 다 너덜너덜해졌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두 배우가 입을 모아 “펄펄 끓는 뮤지컬”이라는 ‘루드윅’은 27일 서울 대학로 JTN아트홀에서 막을 올린다. 심오하고 강력한 ‘추정화표 반전’은 없지만 “처음과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아름답고 교묘하게 만난다”라고 김소향이 살짝 스포를 날렸다. 그나저나 음악시간에 배운 ‘루드비히 판 베토벤’이 아니라 왜 영어식인 ‘루드윅’으로 제목을 정했을까. “그건 공연장에서 확인하세요”란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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