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호 한국기원 비대위원장
출판인으로 열렬한 바둑팬… 낙하산 인사-미투파동 수습 임무
“내부 소통 힘써 분위기 쇄신할 것”
“욕심 없이, 진심으로 바둑에 애정이 있는 총재가 새로 나와야지요.”
22일 경기 파주시 나남출판 사무실에서 조상호 한국기원 비상대책위원장(68)은 고심에 찬 말투였다. 최근 논란을 겪은 한국기원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조 위원장을 비롯해 사무총장에 김영삼 9단(44)을 임명하는 등 임시 집행부를 꾸렸다.
‘비상시국’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비대위원장 선임도 난항을 겪었다. 앞서 2명이나 고사했다. 조 위원장은 “부담스럽지만 기원이 제대로 운영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서로 안 맡으려 하니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고 했다. 이어 “비대위는 빨리 해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원은 홍석현 전 총재의 ‘낙하산 인사’ 논란과 헝가리 여성 바둑기사의 ‘미투’ 폭로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 등으로 큰 내홍을 겪었다. 결국 2일 홍 전 총재, 송필호, 송광수 전 부총재 등 집행부가 사퇴했다.
조 위원장은 “프로기사도 아니고 이해관계도 없어 이 자리를 맡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나남출판 대표인 그는 바둑의 열렬한 팬이다. 197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해 경찰에 쫓겨 다닐 때도 바둑을 즐겼다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내기바둑을 둔 적도 있었다. 이런 애정으로 2007년 한국기원 이사를 맡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뭣보다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그룹을 나눠 프로기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해 기원 운영에 관한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원 상임이사이자 바둑계 원로기사 노영하 9단도 지난달 홍 전 총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집행부가 프로기사들과 소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9단에게 사무총장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 위원장은 “손근기 프로기사회장이 30대다. 기사와 기원의 소통을 위해 젊고 새로운 기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9단이 프로기사들에게 고른 지지를 받는 점도 고려했다.
조 위원장은 “현 상황에선 선뜻 총재로 나서 주실 인물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훌륭한 자격자가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다져 놓는 게 비대위의 역할”이라고 했다. 집행부 집단 사퇴로 기존 후원사를 유지하는 일도 급선무. 프로바둑기사 223명이 요구해 5일 이사회에서 결정한 기원 윤리위원회의 ‘미투’ 보고서 재작성도 먼저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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