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시장의 80% 이상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여성 소비자는 구매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불황기 여성 소비자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대다수 여성이 가계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구매 활동을 하는 까닭에 남성에 비해 브랜드와 제품 정보에 대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황기일수록 즉흥적인 기분보다는 꼼꼼하게 만족도와 신뢰도를 따져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 검증을 거쳐 푸드 33개 브랜드, 리빙 46개 브랜드 선정
그러면 우리나라 여성 소비자들은 어느 브랜드와 제품에 가장 만족감을 나타낼까. 동아일보 골든걸은 지난 9월28일부터 10월28일까지 자체 SNS 설문조사를 통해 푸드, 리빙, 뷰티, 패션 등 4개 분야에 걸쳐 각 품목별로 여성소비자에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를 뽑았다. 설문조사에는 총 5067명이 응답했으며, 연령별로는 30대(2643명, 52.2%), 20대(1217명, 24%), 40세 이상(1207명, 23.8%) 순이었다. (분야별 중복응답 포함).
조사 방식은 브랜드를 예시하지 않고 세부 부문으로 나누어 개방형 질문으로 만족도가 높은 품목의 브랜드를 적게 했다(도표 참조). ‘당신이 가장 만족스런 주방가전 브랜드는?’이라는 질문을 하면서, 냉장고, 정수기, 전기밥솥, 전기렌지, 토스터 등 각 품목을 예로 나열하는 식이었다. 때문에 만족도가 높지 않아 응답자 수가 적은 품목의 경우는 제외 했다. 한 두 브랜드로 쏠리는 현상 없이 너무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해 유의미한 통계 결과를 낼 수 없는 품목도 제외 했다.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선정된 브랜드는 해당 분야 전공 교수, 현장 전문가, 10년 경력 이상의 전문 기자 등 전문가들이 검증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쳤다. 그 결과, 최근 제품 성분이나 서비스에서 소비자 이슈를 불러일으킨 브랜드는 탈락 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 ‘2018∼2019 여성소비자만족브랜드대상’ 푸드 분야 33개 브랜드(9개 세부 부문, 34개 품목), 리빙 분야 46개 브랜드(12개 세부 부문, 57개 품목)를 이번 호에 발표한다. 다양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뷰티 분야는 만족도 높은 브랜드와 제품을 동시에 선정해 패션 브랜드와 함께 12월 하순 발표할 예정이다.
오랜 전통의 국내 식품 기업 브랜드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푸드
이번 골든걸 SNS(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소비자들의 브랜드 만족 성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푸드 분야의 경우, 오랜 전통을 지닌 국내 식품 기업 브랜드들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품목별로 특화돼 브랜드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았는데, 동원참치(캔), 청정원 소스· 드레싱, 농심 스낵, 비비고 냉동만두 등이 그 대표적인 예.
지난해 조사 결과(2017∼2018 여성소비자만족브랜드대상)와 비교해, 여성소비자들이 ‘간편식’을 선호하면서도 ‘건강’ 식생활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먼저, 청량음료의 인기가 떨어지고, 제주 삼다수, 농심 백산수 등 생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간식의 경우 견과류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뷰티간식으로 불리며 각광받는 아몬드에 큰 만족도를 보여 캘리포니아 아몬드가 대상을 차지했다. 인기가 여전히 높은 유제품은 서울우유가 우유, 치즈로 우위를 점했으며, 빙그레 요플레와 풀무원다논의 요거트가 요구르트 1등을 다퉜다. 건강기능식품에서 정관장 홍삼, 김정문알로에의 알로에, 고려은단의 비타민 C 등이 특화된 브랜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여성소비자의 취향을 나타내듯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베이커리 전문점의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SPC 그룹의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는 만족도가 더욱 상승하면서 2위와 비교할 수 없는 절대 강자임을 드러냈다. 여러 브랜드와 경쟁이 치열한 커피전문점, 베이커리 전문점은 각각 스타벅스와 파리바게뜨가 건재를 과시했다. 너무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는 외식은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1등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한샘 등 리빙 분야에서 폭넓은 영향력 실감케 해
리빙 분야의 경우, ‘생활의 편리성’과 ‘건강’이라는 두 가지 테마에 중심을 둔 브랜드들이 압도적인 만족도를 보였다. 삼성전자, LG전자, 한샘, LG하우시스 지인 등이 여러 품목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삼성전자는 IT 기기인 삼성갤럭시 스마트폰을 비롯해 컴퓨터(노트북), 프린터·복사기 등 복합기, 생활가전인 공기청정기에서 1등의 인기를 드러냈다.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에어컨, 주방가전에서는 냉장고, 정수기 등으로 우위를 점했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해 공기청정기, 정수기, 건조기 등이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생활 트렌드에 맞춰 앞선 제품 개발로 빅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힌 것이 주효했다고 보인다.
싱크대, 식탁, 수납가구 등 주방가구 거의 전 품목에서 첫손에 꼽힌 한샘은 생활가구에서도 소파와 수납가구로 1등을 휩쓸어 눈길을 끌었다. 생활의 편리성 외에 유해물질을 배제한 제품 경쟁력이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여성의 ‘건강’ 컨셉트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LG하우시스 지인 또한 인테리어에서 벽지, 바닥재, 창호 품목 만족도가 모두 우위로 집계됐다.
홈카페 트렌드를 반영한 네스프레소, 온라인 마켓 11번가 만족도 눈길 끌어
최근 홈카페 트렌드를 반영하듯 관심도가 높게 나타난 커피머신은 네스프레소가 1등을 차지했다. 외국 기업 브랜드로 드물게 필립스는 믹서기, 토스터, 다리미 3가지 품목에서 첫손에 꼽혔다. 다이슨은 무선청소기 강자의 자리를 지켰다.
여성들의 큰 관심사라 할 수 있는 쇼핑에서 온라인 쇼핑 붐을 대변하듯 오픈마켓 11번가의 만족도는 백화점에도 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말해주는 택배, 안마기 등도 각각 우체국택배, 바디프랜드가 높은 만족도를 얻으며 첫손에 꼽혔다.
금융에 대한 만족도는 보험보다 높았다. 은행은 국민은행이 단독 1등으로 뽑혔다. 카드는 신한트렌드연구소를 통해 카드 소비 행태에 따른 생활 트렌드를 짚어주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신한카드가 경쟁 브랜드들을 제쳤다.
한편, 올해 여성소비자 브랜드 만족도 조사 결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장 점유율과 상당히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소비자만족브랜드대상이 선정되는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와 전문 기자들의 추천과 검증을 거쳐 국내 중소기업 4곳을 뽑았다. 특히, 최근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아이디어와 기술력 등으로 생활의 편리성과 만족도를 높인 것에 점수를 주었다.
욕실 전문 기업 로얄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6000여 종의 욕실·리빙 제품을 구비한 대규모 로얄 바스 아울렛(쇼핑 부문·욕실 아웃렛)을 문 열어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도록 해 주목받고 있다. 차(茶) 전문 기업 티젠(음료 부문·차)은 최근 각광받는 노니, 보이차, 히비스커스, 레몬밤 등 다양한 스틱 타입 분말차로 젊은 층까지 공략해 트렌디한 티(tea) 홈카페 만들기를 주도한다.
동양이지텍은 온수매트 전문 브랜드 스팀보이(냉난방기 부문·온수매트)를 통해 앞선 특허 기술력으로 위생, 열전도, 최적의 수면 환경, 보관 편리, 사후 카카오톡 서비스까지 갖춘 프리미엄 제품을 탄생시켜 호응을 얻고 있다. 온수매트뿐 아니라 사계절용 냉· 온수매트를 새롭게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고 해외로 수출해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하는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푸드 스타트업 쿠캣(생활편리서비스 부문·온라인 푸드 채널)은 SNS ‘오늘 뭐 먹지?’, ‘쿠캣’ 등 다양한 온라인 푸드 컨텐츠 채널을 가지고 있다. ‘오늘 뭐 먹지?’는 자체 제작한 푸드 컨텐츠가 최근 즐기는 식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2030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500만 명 가까운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채널 ‘쿠캣’은 아시아 각 나라 언어로 컨텐츠를 제작해 호응을 얻고 있으며 영어로도 제작한다. 쿠캣의 온라인 푸드 컨텐츠 채널의 국내외 총 구독자 수는 2500만 명을 넘어선다.
글/계수미 기자 soomee@donga.com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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