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평론가 H와 만났다. 퀸 이야기가 나왔다. 안 그래도 ‘인간과 치타 중 누가 세냐’ 같은 ‘vs. 놀이’를 즐기는 둘은 무심히 한마디 던졌다. ‘자, 퀸 대 주다스!’ 둘 다 답은 후자. 영국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 말이다.
퀸이 전설로 남았다면 주다스는 전설을 살고 있다. 주다스는 퀸보다 한 해 앞선 1969년 결성됐다. 퀸이 록, 헤비메탈로 출발해 오페라, 디스코까지 섭렵하는 동안 주다스는 우직하게 메탈의 외길을 달렸다. 퀸이 그냥 ‘전설의 밴드’라면 주다스의 별칭은 ‘메탈 갓’이다.
1일 저녁 스크린 밖에서 생긴 일이다. 주다스의 세 번째 내한공연. 멤버 롭 핼퍼드(보컬)와 이언 힐(베이스기타)은 올해 67세. 핼퍼드는 늘 그렇듯 이날도 공연 중간에 폭주용 오토바이를 몰고 무대 위로 치달았다. 대표곡 ‘Painkiller’ 가사에 나오는 메탈의 신이 됐다. 고통에 신음하는 인류의 필사적 기도에 대한 응답, 하늘을 가르고 나타난 굉음의 구세주, 총알보다 빠른 메탈 몬스터를 몰고 온 무자비한 천사.
주다스의 역사도 꽤나 극적이다. 일부는 영화화도 됐다. 2001년 작 ‘록 스타’. 1992년 핼퍼드가 잠시 탈퇴한 뒤 자리를 메운 보컬 팀 오언스의 스토리다. 주다스를 흉내 내는 밴드의 보컬로 시작해 주다스의 보컬을 꿰찬 오언스의 극적인 이야기다.
무대 위에선 성난 마초 폭군을 연기했지만 핼퍼드는 사실 프레디 머큐리처럼 성소수자였다. 1998년 커밍아웃을 했다. 기타리스트 글렌 팁턴(71)은 올해 파킨슨병 악화로 공연 활동을 멈췄다.
1일 공연 앙코르 무대. 모자를 눌러쓰고 기타를 멘 채 조용히 걸어 나온 이는 다름 아닌 팁턴이었다. ‘Metal Gods’ ‘Breaking the Law’…. 주다스의 클래식 트랙들을 함께 연주하는 핼퍼드와 팁턴을 향해 객석은 경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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