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상 2년연속 후보 오른 이윤하씨 “한미 두 문화의 경험 작품에 담아”
스타트렉 메인작가 김보연씨 “사회-윤리적 질문 생각하며 보길”
과학문화의 심장 미국에서 활동하며 세계 과학소설(SF) 및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인 작가 두 명을 4일과 지난달 16일 각각 대전 KAIST에서 만났다.
작년과 올해 연이어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 장편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미국명 윤하 리) 작가와 1966년 첫 시즌이 시작돼 52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SF 드라마 ‘스타트렉’의 최초 한국인 메인 작가 김보연 씨다. 이들은 대니얼 마틴 KAIST 교수의 초청으로 학생과 SF 팬을 위한 강연을 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한국과 미국 두 문화 속에서 성장한 경험을 작품에 녹이고 있다. 1979년 미국 텍사스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초등학생 때 서울의 사립학교에 다녔다. 비록 한국어를 못 해도 외모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 작가는 “내가 튀지 않는다고 느껴 편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라틴계와 백인 학생 사이에서 언제나 자신이 소수인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가는 “불편한 기억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경험은 이 작가의 작품 속에서 튀는 것을 꺼리는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에 그대로 투영됐다.
한국의 문화와 신화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가 2017년 처음으로 휴고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제국의 기계’ 3부작 중 첫 장편의 제목은 ‘구미호 전략(Ninefox Gambit)’이다. 속임수를 잘 쓰는 서양 여우의 이미지와 사람을 유혹하는 동양 구미호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썼다. 작품 속 전쟁에서 군대의 진법은 풍수지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김 작가도 비슷하다. 1985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며 해외 생활을 했다. 이 작가와 차이가 있다면, 김 작가는 국제적인 눈을 통해 드라마라는 거대 산업의 제작 과정 속 다양성에 눈을 떴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 SF 작가는 90% 이상이 백인 남성이다. 감독 등 방송국 스태프도 대부분 백인이다”라며 “이들이 내부에서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작품에서도 다양성이 표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이자 한국인인 나 같은 소수자의 존재는 다양성 수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미국은 동성애 등 한국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다루는 것을 보고 작가가 소수자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됐다”고도 말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최초로 한국인 스타트렉 메인 작가로 발탁돼 총 15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 1 중 한 편(9화)을 책임 집필했다. 내년 1월 중순부터 방영하는 시즌 2 촬영을 마치고 한 달 휴가를 얻어 방한한 그는 “벌써 중간급 작가가 돼 시즌 2에서는 두 편의 시나리오를 책임 집필하고 단편도 썼다”며 “SF는 재미 외에 사회적,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장르다. 많이 생각하며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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