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혜규 이어 두번째 리버풀展 佛화가 페르낭 레제 展과도 연계
예술의 사회적 역할 시각차 소개
“한국 음식 팥빙수-김밥 좋아해요”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의 리버풀 갤러리인 ‘테이트리버풀’의 전시장. 오래된 선박에서 나온 고철 덩어리들 가운데 영상이 재생된다. 쇼핑 카트가 거리에 버려진 물건을 수집하고, 바구니가 가득 차자 테이트리버풀 앞에 멈춘다. 프로덕션 업체와 협업해 영화 장면처럼 탄생한 이 영상은 과거와 미래 사이 예술의 역할을 묻는 한국 작가 문경원 전준호의 ‘이례적 산책’이다.
이들의 개인전 ‘뉴스 프롬 노웨어’를 기획한 테이트리버풀의 큐레이터 타마르 헤머스(29)는 두 작가와 고철상을 돌아다니며 제작을 도왔다. 지난달 28일 만난 헤머스는 “팥빙수와 김밥을 좋아한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와산 알쿠다이리(당시 카타르 아랍현대미술관장)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당시 중동 작가 10명을 광주에 선보였던 그가 올해 한국 작가를 리버풀에 소개한 건 벌써 두 번째다. 7∼10월 리버풀 비엔날레에서는 양혜규의 작품을 전시했다.
헤머스는 2012년 비디오 작품 ‘세상의 저편’을 통해 문경원 전준호를 알게 됐다. 이 작품이 올해 테이트 소장품이 되며 전시가 기획됐고, 두 작가가 다시 리버풀 배경의 새 작품을 제안해 프로젝트가 커졌다. 이번 전시에는 ‘세상의 저편’과 일본에서 촬영한 ‘Alchemy of Golden Leaf’, 리버풀 배경의 신작 ‘이례적 산책’이 공개됐다.
테이트는 런던의 테이트모던, 테이트브리튼과 테이트리버풀, 테이트세인트아이브스 등 영국 전역에 미술관 4개를 갖고 있다. 매년 54만 명이 찾는 테이트리버풀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기는 2010년 백남준 이후 두 번째다. 문경원 전준호의 전시는 함께 열리는 프랑스 화가 페르낭 레제의 대규모 개인전과도 연결된다.
“두 팀 모두 예술의 역할에 관심을 가졌어요. 레제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시했다면, 문경원 전준호는 그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죠.”
테이트리버풀은 수년 전부터 색다른 두 작가를 엮어 소개하고 있다. 20세기 프랑스 유명 작가 이브 클랭과 비교적 덜 알려진 폴란드 작가 에드바르트 크라신스키의 개인전을 병행하는 식이다. 헤머스는 이를 ‘매거진 전략’이라고 했다.
“테이트리버풀 전 예술감독인 프란체스코 마나코르다가 도입한 아이디어예요. 한 편의 매거진처럼 미술관 전시도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통된 주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가 몸을 중심으로 기획한 ‘라이프 인 모션’은 19세기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와 20세기 미국의 여성 사진가 프란체스카 우드먼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헤머스의 독특한 시각은 다채로운 이력에서 비롯됐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아프리카 토고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대학 졸업 후 카타르 현대미술관에서 일했다. 그 뒤 영국에서 공부하고 2016년 테이트리버풀 큐레이터가 됐다.
“서구 밖에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테이트도 서유럽·북미에 치중된 전시와 컬렉션을 확장하려 하고 있어요. 한국 작가와 새 영상을 만든 이번 전시가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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