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되는 입시 경쟁을 해결할 방법으로 ‘성적보다 실력’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실력주의야말로 가장 공정하고 실현 가능한 해법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책은 실력주의가 자본주의 사회에 필요한 “합법적으로 거래 가능하고 수요가 존재하는” 좁은 의미의 실력만을 측정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력주의는 간접적으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개인의 제반 역량과 같은 비물질 영역의 많은 가치를 놓치게 만든다.
교육학자로서 오랜 시간 한국 사회가 당면한 교육 문제들을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해 온 저자에 따르면 실력주의가 해소돼야 고질적으로 제기돼 오는 학벌주의도 해결된다. 따라서 ‘무엇이 실력 중심의 평가 방법이고 제도인가’보다는 ‘개개인의 실력은 어떻게 형성돼 왔는가’에 더 주목해야 한다. 실력이란 수저계급론으로 대변되는 집안, 배경, 경제력으로만 결정되지도,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결정되지도 않는다. 이러한 ‘노력무용론’과 ‘노력만능론’ 모두 편견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오해들이다.
결국 저자는 “실력과 대학 및 직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 사이의 연결고리는 줄이는” 신(新)실력주의, 즉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는 정부 주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비롯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불합리한 임금 및 고용 격차를 줄여야 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좀 더 겸손해질 수 있고, 소득 중에서 순수한 노력의 결실이 아닌 부분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실력주의 사회의 관점에도 더 부합함을 깨닫게 될 것”이며 또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가 노력 부족으로 그리된 것이 아님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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