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돌보며… 일흔에 ‘세상의 진리’ 다시 배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1일 03시 00분


“아이들의 질문 속에는 세상만사가 담겨 있어요. 설명하기 어려운 철학이나 과학 질문들도 많아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조연순 이화여대 사범대 명예교수(70·여·오른쪽 사진)는 2013년 정년퇴임을 한 뒤 지난해까지 손녀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데리고 다녔다. 두 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치원 귀갓길에 함께 한 할머니에게 아이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사랑과 가족, 삶과 죽음 등 분야도 다양했다. 그가 펴낸 ‘손녀와의 대화’(1만2000원·학지사)는 아이의 질문을 아동 발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조부모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담은 책이다.

조 교수는 “손녀의 질문은 신비 그 자체였다. 평소 어른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들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의 “나무는 마음이 있어?”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유치원에서 ‘인간의 몸의 구조’를 배워 식물과 연관지은 것. 결국 조 교수는 책을 살펴 가며 나무의 구조까지 공부했다. “엘리베이터에 나중에 탄 사람이 왜 먼저 내리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먼저 탄 사람이 먼저 내려야 한다’는 질서의 개념을 엘리베이터 층수에 연관지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높이에 관한 실제적 감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1층에서 직접 층수를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손녀가 두 살까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친할머니로서 손녀와 친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때는 손녀가 나오기를 거부한 적도 많았을 정도. 그런데 손녀가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한 세 살이 되고 난 후부터는 집에 오는 길에 호기심 담긴 질문이 시작됐다고 한다.

조 교수는 “요새 자녀의 육아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조부모들이 아이의 질문을 귀찮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올바른 아동 발달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녀와의 대화#조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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