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타그램] 커브를 발명한 사람에게도 지적재산권이 인정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11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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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의 스포츠 (양중진 저|티핑포인트)

스포츠가 묻고, 법률이 답하다.

저자는 현직 검사다. 그리고 스포츠마니아다. 특히 공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그의 학창시절은 둥근 공의 개인사나 다름없었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다가 왼손 검지를 다쳐 지금까지도 흔적이 남아 있다. 중학교 때는 타자로 나섰다가 야구공 대신 옆에서 구경하시던 어르신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선 정신 차리고 공부를 하기 위해 친구들과 독서실을 끊었으나 책 대신 농구공과 친하게 지내며 실력 대신 체력을 키웠다.

대학 때도 저자의 공사랑은 계속됐다. 법조문보다 선수들의 타율, 홈런순위를 줄줄 외웠다.

교내경기에 법대 단일팀으로 출전해 전교 동아리는 물론 체육과까지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체육특기생으로 들어왔냐”라는 농담까지 들을 정도였다. 검사가 되어서도 저자는 여전히 공에 대한 애정의 끈을 쥐고 있다. 검사들로 구성된 농구 동아리에서 맹활약 중.

이런 저자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은 신기하면서도 수긍이 간다. 하긴 그가 아니라면 과연 이런 책을 누가 쓸 수 있었을까.

“스포츠와 법이 무슨 관련이 있나” 싶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

타자가 친 공이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갔다. 사직구장에서 이런 외침이 터져 나온다. “아~주~라! 아~주~라!”. 홈런볼을 아이에게 주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만들어낸 사직구장 고유의 문화 중 하나다.

이 외침이 울려 퍼지면 공을 집어든 어른은 주변의 아이에게 공을 건네곤 한다. 그런데 혹시 이 ‘아주라’가 강요죄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광팬이던 빌리 사이아니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 염소를 끌고 나타났다가 “냄새가 심하다”는 이유로 관중석에서 쫓겨났다. 그는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란 저주를 퍼부었고, 그의 저주 때문이었는지 시카고 컵스는 무려 108년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사이아니스의 저주는 ‘협박’에 해당될까.

파울을 선언한 심판을 향해 돈을 세는 동작을 한 선수, 경기 전에 선수단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는 심판의 행동, 같은 잘못에 대해 자신에게만 휘슬을 부는 심판에게 항의하는 선수.

이쯤 되면 스포츠 세상이야말로 법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

스포츠가 묻고, 법률이 답하는 책. ‘검사의 스포츠’다.

저자는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상황을 예로 들며 명예훼손, 사기, 폭행, 성희롱, 지적재산권, 협박, 절도, 정당행위, 손해배상, 재물손괴 등과의 연관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단순히 스포츠와 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에 있지 않다. 저자는 “정의(정정당당)와 배려라는 법, 스포츠 정신을 통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다 떠나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힌다. 스포츠팬이라면 웹툰처럼 머릿속에 그림까지 그려질 것이다.

“처음 커브를 던진 사람에게도 지적재산권이 인정될까?”

궁금하신가.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겨라.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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