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작가’ 한강, ‘차세대’ 최은영… “한국에 문학바람 일으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2018 문화계 프로가 뽑은 프로]<1> 문학·출판인

문화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최고의 소설가’로 뽑힌 한강 씨(왼쪽)와 ‘앞으로 가장 사랑받을 소설가’로 뽑힌 최은영 씨. 동아일보DB
문화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최고의 소설가’로 뽑힌 한강 씨(왼쪽)와 ‘앞으로 가장 사랑받을 소설가’로 뽑힌 최은영 씨. 동아일보DB
《 한국 문화계는 올해도 뛰어난 예술가, 기획자들이 단단하고 빛나는 열매를 맺었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영광의 얼굴과 작품을 꼽아봤다. 한국 문화계 선두에 있는 인물들의 지형도와 올해 성과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 시리즈는 문학·출판, 가요, 방송, 영화, 연극·뮤지컬 등 분야별로 5회 게재한다. 》
 

문인들과 문학출판계 인사들이 뽑은 최고 소설가는 역시 한강(48)이었다. 차세대 가장 사랑받을 작가로는 최은영 소설가(34)가 뽑혔다. ‘책 안 읽는 한국 사회에 문학 바람을 일으킨’ 공을 높이 산 결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문인과 문학 관련 출판사 대표 및 출판 담당자 총 21명에게 최근 설문 조사를 벌였다. △현재 최고의 소설가 △현재 최고의 시인 △차세대 주목할 작가 △올해 문단에 기여한 인물을 묻는 4가지 문항이다.

총 10표를 받아 현재 국내 최고의 소설가에 뽑힌 한 작가는 문단 발전에 기여한 인물(4표)을 묻는 항목에서도 1위로 뽑혀 2관왕에 올랐다. 문학계 인사들은 그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작품 자체의 미학을 완성하면서 한국 소설의 가능성을 세계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인지도와 독자들의 신뢰가 지속되는” 작가라는 평을 했다.

한 씨 다음으로는 소설가 황석영(75) 김애란(38)이 뽑혔다. 두 사람은 2005년 동아일보의 ‘프로가 뽑은 프로’ 설문에서 각각 최고의 소설가와 차세대 유망 작가 1위로 뽑힌 바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황 작가에 대해 “한국 현대문학의 상징적 존재이자 쉼 없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영원한 현역”이라고 답했다.

한국 문학계 프로들이 뽑은 차세대 가장 사랑받을 작가로는 최은영에 이어 김금희(39), 김봉곤 작가(33)가 2, 3위를 차지했다.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2016년)에 이어 올해 ‘내게 무해한 사람’을 쓴 최은영 작가는 “이국적이고 섬세한 문장으로 인간 내면을 탐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문학출판사 편집장은 “10대부터 30대에 걸친 여성 화자들의 가장 섬세한 목소리를 그들의 언어로 들려주는 소설가”라고 말했다.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등으로 유명한 김금희 작가는 “일상 속 리얼리티를 추구하면서도 비범한 순간을 포착하는 기예를 겸비했다”는 이유로 추천됐다.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올해 소설 ‘여름 스피드’를 발표한 김봉곤 작가는 “퀴어 문학을 부드럽게 한국문학 판에 안착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 최고의 시인엔 나희덕(52) 이성복(66) 김혜순 시인(63)이 각각 4표를 받아 공동 1위로 뽑혔다. 나 시인은 “모성에 갇히지 않는 여성성을 개척”했으며, 이 시인은 “삶의 비애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돋보이는 작품을 다수 발표해왔다. 김 시인은 “여성 언어의 대변자”라는 평. 반면 공동 2위에 오른 시인은 김사인 문태준 정현종 등 13명에게 2표씩 고루 분산됐다.

한강 소설가 다음으로 올해 문단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는 8월 세상을 떠난 황현산 문학평론가가 2위에 올랐다. 황 평론가는 생전에 ‘밤이 선생이다’를 비롯한 많은 저작을 남겨 후대에 귀감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최영미 시인(57)이 3위를 차지했다. 최 시인은 “문단에 만연해 있던 여성에 대한 잘못된 시선과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으며 “시라는 장르의 사회적 의미를 다시 일깨웠다”는 평이 나왔다.

동일한 항목에 페미니즘 돌풍을 일으킨 조남주 소설가(40)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3)도 언급됐다. 조남주 작가가 2년 전 발표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올해 100만 부 판매를 기록했다. 조 작가는 “소설을 통해 문단과 출판계를 넘어 사회에 묵직한 이슈를 던지고 여러 변화를 일으킨 작가는 근래 그가 유일”하다는 이유로 후보에 추천됐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문화계#한강#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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