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가 먹고 김태리가 ‘러브’했다. ‘먹방’과 ‘관찰예능’은 대세 자리를 지켰고, tvN ‘미스터 션샤인’을 필두로 비지상파 드라마의 강세도 굳어졌다. 동아일보는 방송계 PD, 작가, 외주제작사 관계자, 평론가 등 24명에게 설문을 받아 2018년 방송계를 돌아봤다.
○ 예능 강자로 떠오른 여성들
이영자가 먹으면 먹방도 새로워진다. 올해 최고 예능인(10표)으로 선정된 그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Olive ‘밥블레스유’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소박한 음식도 신선한 평으로 격을 높였다. ‘혀믈리에’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히 매니저 송성호 씨와 출연한 ‘전지적…’에서 ‘소떡소떡’ 등 그가 먹는 음식들이 휴게소에서 대박이 났다.
박나래도 올해 최고의 강자로 거듭났다. MBC ‘나 혼자 산다’ 등 올해 10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예능의 판도를 흔들었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기존 예능 강자들을 순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박나래는) 생활 밀착형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라고 했다.
일반인의 ‘썸’을 다룬 채널A ‘하트시그널2’는 지난해보다 마니아층을 넓히며 시즌1의 흥행을 이어갔다. 400만 건 이상의 온라인 영상 클립 조회 수를 기록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핫’했다. SBS ‘로맨스 패키지’, Mnet ‘러브캐처’ 등 유사한 설정의 프로그램들도 양산됐다.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관찰예능은 올해 최고의 예능프로그램 1∼3위에 오르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기를 과시했다.
일부 중장년의 취미로 여겨진 낚시에서 보편적 재미 코드를 발굴해낸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도 큰 화제였다. 이덕화 이경규의 깊은 내공과 에너지 넘치는 핫한 게스트들의 조화가 특히 돋보였다. 김지수 도레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도시에 지친 이들에게 낚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힐링’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흥행과 별개로 새로운 소재 발굴을 위한 고군분투도 빛났다. tvN ‘숲속의 작은집’은 배우 소지섭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렸고, 유재석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시민들과 퀴즈를 풀기 위해 길거리로 향했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유타주 화성탐사연구기지(MDRS) 실험에 참여했다.
○ ‘나의 아저씨’가 흔들고 ‘미스터 션샤인’으로 굳히다
지상파 드라마 위기에 방송계 관계자들도 공감했다. 올해 1%대 시청률을 기록한 지상파 드라마만 총 7편. 설문 결과, 순위권에 든 작품도 전무했다.
4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이 16표를 받으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됐다. 최고시청률 18.1%(닐슨코리아)로 10%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평을 받는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쾌거를 이뤘다. 배우 이병헌, 김태리의 ‘인생작품’ 중 하나가 됐다. 구한말 시대에 걸맞은 고증과 서사로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평이 많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드라마 속 개화기 의상, ‘하오체’ 대사 신드롬도 이어졌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와 21세 여성이 서로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tvN ‘나의 아저씨’도 작품성을 증명했다. tvN ‘미생’과 ‘시그널’에 이어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는 최고의 드라마 PD에 선정됐다. 차세대 배우로 선정된 배우 도경수의 첫 사극 도전작도 tvN ‘백일의 낭군님’이다. OCN ‘라이프 온 마스’, ‘보이스2’, ‘손 the guest’ 등 장르물도 남성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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