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리, 아무것도 안하면 쉽지만…40대 배우 책임감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21일 06시 14분


영화·드라마에서 불혹을 넘긴 40대 배우들은 여전히 전성기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 춤을 감당해야 하는 장르 특성상 배우가 아닌 관련 직종으로 전향하는 이가 많다.

여전히 무대 위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뮤지컬배우 마이클 리(45)는 “저는 행운을 가진 배우예요. 지금도 무대에 오른다는 책임감으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형이 의사인 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을 중퇴했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조역 ‘투이’로 캐스팅돼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2000년 중반부터 한국에서도 활동하며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면서 ‘마저스’(마이클 리+지저스) 열풍을 일으켰다. 이후 ‘벽을 뚫는 남자’ 듀티율, ‘서편제’ 동호, ‘프리실라’ 틱, ‘더 데빌’ X 등을 거치며 뮤지컬계 톱배우가 됐다.

그런 그가 새로운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세계적인 뮤지컬스타 라민 카림루(40)와 함께 꾸미는 듀엣 콘서트가 대표적인 보기다. 두 사람은 내년 1월 5,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마이클 리 & 라민 카림루’를 연다.

역시 40대에 들어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는 카림루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3년 웨스트엔드 ‘오페라의 유령’ 공연에 ‘라울’ 역으로 출연했다. 2007년 ‘팬텀’ 역을 맡으며 역대 최연소 팬텀 기록을 세웠다.

‘오페라의 유령’ 후속작으로 2010년 초연한 ‘러브 네버 다이즈’의 팬텀 역으로 웨버가 직접 발탁했다.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공연에서 또다시 팬텀 역을 맡았다.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보유한 그의 2013년 첫 내한 공연 당시 예매 오픈 18분 만에 티켓이 동이 나기도 했다.

5월 영국 작곡가 겸 뮤지컬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70) 탄생 7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와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호평을 들었다.

“제 나이대 배우가 많지 않아요. 젊은 역은 물론 나이 든 역도 맡기 힘들 때죠. 세대 사이에 있다고 할까요? 저나 카림루처럼 아직 활동하는 배우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선배로서 특별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너무 쉬워요. 작은 일이라도 우선 해보고 싶었죠. 뭐라고 하지 않으면 항상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민루와 서로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안면을 튼 것은 5월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 때였다. 카림루가 팬텀, 리가 라울 역을 맡았다.

“카림루는 너무나 좋은 사람이에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요. 공연 끝나고 나서 함께 무엇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를 냈고, 제가 같이 공연하자고 먼저 제안했어요.”

리는 다른 인생을 살아온 형제 같았다며 웃었다.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해요. 둘 다 록 스피릿도 갖고 있고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나서 큰 영감을 받았어요. 이번 콘서트에서도 퀸 노래를 부를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인생도 비슷해요. 둘 다 아들 둘의 아빠죠.”

사실 리는 3년 전 카림루가 일본에서 열린 갈라 콘서트에 출연한 것을 지켜봤을 때부터 호감을 갖게 됐다. “당시 카림루가 12곡을 불렀는데 11곡이 제가 과거에 불렀던 곡이더라고요. ‘미스 사이공’ 넘버,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만든 곡들,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까지. 이 친구와 같이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당시부터 했어요. 다만 제가 좋아하는 곡은 못 부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죠. 하하. 그래도 정말 같이 있을 때 시너지가 너무 좋아요. 본인이 더 잘하고 싶으면 재능 있는 사람과 함께 자주 해야 하는데 카림루는 배울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곡가, 넘버, 뮤지컬을 새삼 깨닫게 돼 만족스럽다. “이 과정에서 제가 왜 이 작곡가, 넘버, 작품을 좋아했는지 고민하다 보니 초심도 찾는 좋은 기회가 됐죠.”

리는 이번 콘서트를 시작으로 다른 뮤지컬 스타를 초청해 여는 듀엣 콘서트는 물론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세계적인 배우들을 모셔오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끌어 모아서요. 사실 카림루 같은 배우는 너무 바쁜 배우여서 스케줄이 빡빡한데 시간을 내줘서 고맙죠. 브로드웨이를 오가면서 업계에 사귄 분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할 이벤트를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리는 이미 다방면에서 시동을 걸었다. 국내 팝페라 열풍을 불고 온 JTBC ‘팬텀싱어’ 심사위원으로 나섰고, tvN 드라마 ‘화유기’에도 나왔다. 최근에는 서울시향이 선보인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 오페레타 캔디드’ 콘서트 버전에서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뮤지컬만 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다양한 가능성을 찾으며 배우로서 더 잘할 방법을 찾아야죠.”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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