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서울’이 음악계서 재조명받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6일 17시 20분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써울레코드’라는 팝업스토어가 반짝 소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써울레코드는 이름 그대로 서울 풍경이 표지를 장식하거나 서울을 소재로 한 다양한 레코드판을 소개하는 자리. 오랜 세월이 깃든 옛날 LP지만 20, 30대 방문자들은 직접 만져보고 음악을 들으며 열광했다. 네이버문화재단이 제작하는 음악 콘텐츠인 ‘온스테이지 2.0’ 가운데 ‘디깅 클럽 서울’을 콘셉트로 한 공연의 부대행사였다.


최근 대중음악계에 이처럼 ‘서울’이란 지역성과 분위기를 강조한 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디깅 클럽 서울’은 가수 윤수일 김현철 등의 1980~90년대 곡을 요즘 젊은 음악가들이 리메이크해 음원과 영상으로 발표하는 프로젝트. 김사월, 전범선과 양반들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가 모여 서울을 모티프로 제작한 음반 ‘언프레임 서울’도 나왔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는 글로벌 팬을 겨냥해 남산골한옥마을을 배경으로 한 공연 영상 시리즈 ‘기와(Kiwa)’를 론칭하기도 했다.

너무나 익숙해서 별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서울’이 음악계에서 재조명받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전 세대와 달리 케이팝과 한류 붐으로 문화적 열등감을 극복한 국내 젊은층에겐 서울이 찾아볼수록 재미난 ‘힙스터 시티’다. 또한 근래 한국문화를 접한 해외 젊은이들에게 서울은 도쿄를 대체한 이국적 미래도시다.

‘디깅클럽서울’을 공동 기획한 ‘스페이스오디티’의 김홍기 대표는 “‘신도시’ ‘감각의 제국’ 같은 을지로 복고 클럽의 유행과 ‘뉴트로(새로운 레트로)’ 붐을 타며 서울은 쿨한 도시가 됐다”면서 “해외 음악 관계자들도 도쿄 대신 서울에 출장 오는 것을 자랑거리로 여길 만큼 뜨거운 곳으로 변모했다”고 했다.


‘기와’는 첫 화면부터 ‘Kiwa, Seoul, Korea’라는 로고를 내세운다. 한국 그룹 라이프앤타임, 오존에 이어 최근 내한한 영국 DJ 조너스 블루의 공연도 한옥에서 촬영했다. ‘기와’를 기획한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이준환 대리는 “그간 수많은 라이브 동영상 시리즈가 있지만 지역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거의 없었다”면서 “세계인의 뇌리에 깊숙이 박힐 한국적 킬러 콘텐츠를 표방하는데 ‘서울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필수적이었다. 서울시 협조도 받았다”고 말했다.


케이팝 뮤직비디오에서도 서울은 뜨겁다. 과거 고 예산 뮤직비디오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일본 삿포로 등 ‘현지 로케’를 내세우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엑소의 ‘LIGHTSABER’(2015년),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2016년) 이후 을지로와 문래동, 이태원 등을 배경으로 날것의 서울을 보여주는 뮤직비디오가 늘었다”면서 “밴 차량을 타고 서울을 보여주는 NCT 127의 ‘내 Van’에서 보듯 해외에선 케이팝의 수도에 대한 로망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국내에선 친숙한 지역으로서 서울이 새로이 조명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가상의 미래도시에 홍콩과 도쿄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디스토피아의 불안감을 이국적 정취로 증폭한 청사진이었다.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은 음악 콘텐츠를 타고 한국인에게도, 세계인에게도 새로운 미래적 로망 도시가 되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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