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꽁꽁 언 몸, 소머리국밥 한 그릇이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3시 00분


경기 수원시 곤지암소머리국밥의 ‘국밥’. 석창인 씨 제공
경기 수원시 곤지암소머리국밥의 ‘국밥’.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우리나라는 국물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 어디에나 다양한 형태의 국이 존재합니다. 예로부터 장터 한쪽에 간이국밥집들이 생겨 행상들이나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점심 요기로 애용된 서민들의 일품요리가 바로 국밥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 최초의 외식메뉴가 국밥은 아닐는지요?

부산의 돼지국밥, 전주의 콩나물국밥, 대구의 따로국밥, 달성과 창녕의 수구레국밥, 통영의 시락국밥, 인제 황태국밥 등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밥입니다. 그렇다면 경기도를 대표하는 국밥은 뭘까요? 안성의 소고기국밥과 성환의 순대국밥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을 꼽습니다.

사실 소머리국밥은 전국 어디서나 먹어온 음식이지만, 이제는 곤지암이 소머리국밥의 대명사가 됐지요. 하지만 그 역사는 조금 일천합니다. 1980년대 초 최미자 할머니가 곤지암을 소머리국밥의 본향처럼 만들었고 이후 유명 코미디언까지 가세하면서, 곤지암 하면 ‘골프 1번지’와 ‘소머리국밥’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 옛날 영남지방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올라갈 때면, 죽령과 새재 그리고 박달재를 넘어 올라오다 곤지암을 거쳐 한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 길목이니 당연히 주막에서 국밥과 술을 팔았겠지요. 그런 역사를 연관시켜 설명하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좀 억지스럽긴 합니다. 호남이나 충청도 쪽에서 한양을 갈 때는 삼남길을 따라 올라오다 수원 바로 밑인 병점(떡전)에서 떡을 사먹고는 하루 쉬었다 일부는 과천 쪽으로, 일부는 안양 시흥 쪽으로 한양도성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그런데 왜 소대가리가 아니고 소머리라는 단어를 더 쓸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대가리’는 ‘동물이나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대가리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사람에게 평생 봉사하고 희생한 소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러한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요?

이제 곰탕과 설렁탕 그리고 소머리국밥의 경계는 모호해졌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머리고기 누린내가 식당 입구부터 진동을 하고, 심지어 입고 간 옷에 그 냄새가 오래도록 배는 곳이라면 제대로인 소머리국밥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식당을 찾아 뜨끈한 소머리국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오후 일정을 시작하는 저로서는 제 혈관 속에 흐르는 한민족 국물유전자를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사랑 없인 살아도 국물 없인 하루도 못 살겠더이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곤지암소머리국밥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1099 국밥 9000원

○ 원조최미자소머리국밥 1관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경충대로 54 국밥 1만1000원

○ 골목집소머리국밥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경충대로 621 국밥 1만 원
#국밥#소머리국밥#곤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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