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우리는 너무 바쁘고 요란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고독에 대한 진정한 사유가 없기에 자신도, 내 안에 살고 있는 무수한 ‘나’들에 대해서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네 명의 아이를 돌보다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퇴근한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저자는 홀로 밤 산책을 나선다. “고독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치지 않기 위해서”다. 마주 오는 사람과 인사도 알은체도 않는 무언의 룰을 지키며 집 근처 천변을 한두 시간씩 걷는다. 천변에서 에어로빅으로 몸을 흔드는 중년들,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켠 남성, 입을 맞추는 고등학생 커플과 마주친다. 저자는 그렇게 스스로의 ‘호흡과 리듬’을 발견한 뒤에야 자기 자신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이웃들, 풍경들을 사랑할 과제를 새로 안아 든다.
등단 15년 차 시인인 저자가 고독의 힘을 빌려 일상을 사유한 글들을 모았다.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이웃으로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은 에세이들이다. ‘아무리 나쁜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스스로에 대해 명상하면 지난 과오를 재빨리 소멸시킬 수 있다’는 인도의 예언자 크리슈나의 말처럼, 저자 역시 스스로에게 골몰해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된다. 다시 말해 ‘지나온 시간을 청산’함으로써 비로소 다른 이들을 향한 마음의 문을 연다. 저자의 주옥같은 표현들을 음미하다 보면 고독할 권리로부터 나오는 ‘거리’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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