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2인자’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 별세…향년 89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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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이 12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육사 2기 생도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 보좌관, 선화학원 이사장, 미국 뉴욕시티트리뷴 발행인, 워싱턴타임스 회장 등을 지냈으며 1991년 세계일보 사장에 취임해 3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고인은 영어 실력이 뛰어나 육사에서 “박보희의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는 일화도 있다. 1970년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교세를 넓혀가던 시기에 문선명 총재의 연설을 영어로 통역하며 ‘문 총재의 오른팔’이 됐다. 문 총재 차남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박 전 사장은 자신의 딸 박훈숙과 영혼결혼식을 하게 했다. 박 전 사장은 문 총재와 사돈이 됐으며, 딸은 성씨를 바꿔 문훈숙(현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13일 만난 통일교 관계자는 고인에 대해 “지혜와 덕을 갖춘 분으로 종교적 영역보다는 대북 관계를 비롯한 해외 교류와 문화 분야에서 큰 공적을 남겼다”고 평했다. 말년에는 6·25전쟁 참전국가들을 찾아 리틀엔젤스 순회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왼쪽)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조문을 위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제공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왼쪽)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조문을 위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제공
고인은 대북 관계에서 통일교의 얼굴이 됐다. 1991년 문 총재의 방북을 수행한 데 이어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하자 북한을 방문해 조문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때도 통일교의 대북 네트워크가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주석이 말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남쪽과의 관계는 문 총재와 상의하라”는 유훈을 남겼다는 게 통일교 측 얘기다.

고인은 1976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로 불거진 ‘코리아게이트’(박동선 사건)에 연루돼 미국 하원에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재미사업가 박동선을 통해 미국 정치인에게 로비 활동을 하다가 터진 사건이 코리아게이트다. 고인은 코리아게이트를 조사하는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국제기구소위원회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스파이 혐의를 받던 고인은 위원장을 맡고 있던 도널드 프레이저에게 애국심을 자극하며 공격적 발언을 퍼부었고 결국 어떠한 스파이 혐의도 밝혀지지 않았다. 고인은 저서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에 이 일화를 기록했다.

유족으로 문훈숙 단장을 비롯해 2남 3녀가 있다. 발인 성화(聖和)식은 15일 오전 8시 용산구 통일교 천복궁교회에서 원로와 신자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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