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듯하다가도 다시 또 치고 올라온다. 1000만 관객을 목전에 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제 불사신 같다. 14일 기준 978만 명을 돌파한 ‘보헤미안…’은 지난해 10월 31일 개봉한 이래 ‘박스오피스 순위’를 10회나 역주행 했다. 그 중 1위로 올라선 횟수만 네 번이다. 올해도 꾸준히 3위권을 유지하며 1000만 관객은 시간문제란 관측이다.
‘보헤미안…’의 저력은 관객 순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관객들은 지나간 음악영화를 찾아보며 ‘콘서트 대리만족’을 이어가고, 배급사는 대박을 꿈꾸며 또 다른 음악영화 찾기에 나섰다.
다큐멘터리 영화 ‘콜드플레이: 헤드 풀 오브 드림스’가 상영된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은 콜드플레이의 인기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전주에 맞춰 박수를 쳤다. 싱어롱(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화 감상)관도 아니었지만 일부 관객들은 영어 가사를 흥얼거렸다. 이날 극장을 찾은 이준일 씨(31)는 “‘보헤미안…’을 본 뒤로 음악이 소재인 영화는 무조건 찾아보고 있다”며 “조용하게 앉아서 영화를 보는 문화가 바뀌는 것 같아 음악, 영화 팬으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사실 콜드플레이 탄생부터 7집 앨범 투어까지를 담은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지난해 11월 14일 딱 하루만 상영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12월 28일부터 이틀 간 개봉했다. 그런데 서울 8개관에서 좌석점유율이 80%를 넘어서며 ‘예매 전쟁’까지 벌어졌다. 결국 추가로 상영관이 편성되기도 했다. 배급사 관계자는 “‘보헤미안…’에 나온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처럼 콘서트 실황을 극장에서 체험하려는 관객이 많았다”고 전했다.
‘퀸’ 특수를 노리는 움직임도 상당하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최근 팬들의 요청에 따라 ‘퀸 록 몬트리올’ 재개봉을 위해 일본 배급사와 협의 중이다. 국내에서 2009년 개봉했던 이 영화는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을 담았다. ‘엣나인…’ 관계자는 “당시엔 관객이 1만9000여 명에 그쳤지만, 지금은 훨씬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을 것”이라며 “‘싱어롱관’처럼 공연장을 대관해 상영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선보였거나 개봉을 앞둔 음악영화들도 훈풍을 타고 기대감에 부풀었다. 3일 개봉한 ‘레토’는 러시아의 고려인 출신 록스타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을 다뤘다.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4일 만에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5월에는 영국 가수 엘튼 존의 일대기를 그린 ‘로켓 맨’이 개봉한다. 이외에도 비틀즈와 저니, 1980년대 LA메탈의 전성기를 열었던 머틀리 크루 등을 소재로 한 영화도 올해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급사들은 또 다른 대박 음악영화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커트 코베인, 마이클 잭슨 등 ‘영화화’가 유력한 아티스트 목록을 공유하고, 조그만 음악영화도 놓칠 새라 국제영화제에 파견 직원을 늘리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음악영화의 가치가 예전보다 올라 계약금도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객의 요청으로 ‘보헤미안…’ 싱어롱관이 기획된 만큼, 영화관도 ‘관객 참여형’ 영화 찾기에 고심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관객들이 값비싼 콘서트 대리만족을 위해 가성비가 높은 극장을 찾고 있다”면서 “‘보헤미안…’의 성공으로 ‘N차 관람’의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관객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극장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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