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에게 유모차란 어떤 존재이자 의미일까? 유모차를 살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를 살펴본다면 그에 대한 답을 조금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인간관계의 지평을 최대한 늘려,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아빠 취재원들에게 공통 질문을 던졌다.
“유모차를 살 때 고려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다시 유모차를 산다면 어떤 것을 고려하시겠습니까?”
나의 고려요소는 딱 2가지였다. 무게와 접고 펴기의 용이성. 단순했다. 필자는 더위에 매우 약하다. 유모차가 무거워 낑낑대거나 접고 펴기 어려워 자동차에 싣고 내리기 힘들 경우 여름철 육수(땀)를 한 가득 쏟아낼 것이 분명했다. 급하고 귀찮을 경우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것이 분명한 나로서는 ‘무게’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막상 유모차를 타는 건 아이일진데,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유모차를 고르고 있는 아이러니함”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단순할 수밖에 없었다. “바퀴만 안 빠지면 된다”는 쿨한 남자이기도 했으니 고려할 것이 많겠는가?.
다른 아빠들도 나와 똑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를 해본 결과… 비슷했다.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함 속에서도 현안이 묻어 있는 슬기로운 답변들이 있었다. 같은 듯 다른 섬세함을 가지고 있는 아빠들의 슬기로운 답변을 나열해 보며 한줄 평을 하는 걸로 ‘남자에게 유모차는 어떤 존재인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대신 하려 한다.
A씨
“엄마의 자존심” : 단순 하지만 정답일지도. 자동차엔 승차감(차를 타며 받는 느낌)과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타인들이 보내는 시선)이 있듯이. 유모차에는 ‘끌차감(유모차는 끌 깨 타인들로부터 받는 시선)’ 있는 것 같다. 우리 부부의 끌차감을 고려하면서, 아내를 배려하는 남편의 태평양 같은 마음에 감동했다.
B씨 “짐을 들고 한손으로 펼 수 있고, 한 번에 접기가 가능 한 것” : 심플하면서도 남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잘 꼬집은 답변이다. 유모차를 끄는 건 부부의 몫이지만, 유모차를 들거나 접거나 싣는 건 남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음을 잘 파악한 의견이다. 가벼우면서 상하차에 용이하면 일단 50%는 먹고 들어간다.
C씨 “중고차 시세. 이거 중요하다. 150만 원 주고 산 유모차가 5~6년 지나니 중고가 5만 원” : ‘남들 다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실물 경제의 흐름과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에 감탄했다. 고급 브랜드 유모차를 원할 경우 중고를 알아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중고라고 어디 중고라고 적혀 있는 건 아니기 때문. 아이가 유모차를 안타려 해서 다른 걸 사기 위해 중고로 파는 사람, 부모님이나 지인이 유모차 선물을 해줘서 중고로 내놓는 사람 등등이 간혹 있다. 중고지만 신상과 다름없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D씨 “옆집 유모차 또는 와이프 젤 친한 친구 유모차” ->손자병법에나 나올 법한 처세술. 엄청난 고견에 기립 박수를.
E씨 (30대 초, 3살 딸 1명) “스토케 미만 잡” =할 말을 잃었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E씨는 스토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안 산 것이 아니라 못 산 것이라고 해야 하나?)
F씨
“아주 어릴 때는 아이가 너무 흔들리지 않아야하니까 서스펜션(바퀴와 본체의 흔들림 정도를 조절하는 장치)하고, 장애물도 잘 넘으려면 바퀴도 좀 커야하고” :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이토록 섬세한 남자가 또 있으랴. 아이의 뇌(머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F씨도 결국엔 “얼마나 접고 펴기 편한지, 무게가 가벼운지가 중요하다”로 귀결했다.
G씨 “안전과 편의성…그런데 사실 유모차를 살 때 남자의 의견이 들어갈 공간은 없는 것 같다.” :G씨는 겨울용으로 디럭스 유모차를 하나 더 구입했다고 했다. 그렇게 반대를 했지만 아내로부터 토만 단다는 비판을 받은 뒤 큰맘을 먹고 질렀단다. 현재 논란의 디럭스 유모차는 집 거실에서만 이동중이라고 한다. (G씨는 디럭스 유모차가 아까워 아이를 하나 더 낳을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왜죠?)
기타 의견 “내 주머니 사정” “유모차 살 때 주는 서비스. 커버, 이불, 손잡이에 거는 수납 지갑 등등”
P.S. 남자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재미를 더해 쓴 글입니다. 웃자고 쓴 글이니 큰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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