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생애 한번쯤은 초인을 꿈꾼 적이 있지 않은가. 망토를 두르고 하늘을 날거나 복면을 쓰고 빌딩을 타는. 물론 꼭 슈퍼히어로일 필요는 없다. 뭔가 특출한 능력을 지니고픈 맘을 다들 품어본다. 하나 나이를 먹을수록 환상은 저 멀리 떠나간다. 평범하다 못해 남보다도 뒤쳐지진 않는지. 괜스레 뒷목이 구부정해진다.
그런데 ‘슈퍼노멀’은 왠지 그러지 말라고 어깨를 다독이는 기분이 든다. 실은 책 자체가 힐링을 주려는 목적을 지니진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 주로 어린 시절에 여러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거나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지를 주목한 책이다. 다시 말해, ‘Super Normal’은 고난을 극복한 품성을 지닌 인물들에 대한 소개다.
미국 버지니아대학 교육학 교수인 저자는 현지에서도 유명한 임상심리학자라고 한다. 20년 넘게 수많은 이들을 상담해왔는데, ‘역경을 기회로 바꾼’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가정불화 등을 겪은 이들은 행동장애나 학습장애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꼭 정신질환이 아니어도 문제아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반대로 “불운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유능하고 자신감 넘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 엇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이를 이겨내는 힘. 저자는 이 슈퍼노멀의 ‘회복탄력성’에 주목했다.
일단 이런 회복탄력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는 인간의 뇌가 지닌 ‘투쟁-도피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투쟁 반응이란 말 그대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해군장교로 훌륭하게 성장한 폴이란 인물은 어린 시절 극심한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힘겨웠지만 그는 분노를 자양분으로 삼아 “자기 삶을 지키고 처한 환경을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를 관철시켰다. 흔히 분노는 부정적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장애물을 극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도피 반응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만약 어린 아이가 가정폭력에 시달린다면 이에 맞서기란 참으로 어렵다. 이럴 경우 외적으로 순응하는 척 하면서 현실과 ‘거리 두기’를 통해서 마음의 상처를 최소화한다. 한마디로 투쟁 반응이 ‘문제 중심 대처’라면, 도피 반응은 ‘정서 중심 대처’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런 게 무슨 소용이냐 싶겠지만, 이를 통해 곤란을 버텨낸 케이스는 생각보다 많다.
‘슈퍼노멀’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역경을 이겨낸 우리네 이웃의 승전보만 전하지 않는다. 이렇게 어렵사리 좋은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그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아픔과 고통이 남아있단 점을 잊지 않는다. 만화나 영화 속 슈퍼히어로도 그렇지 않나. 겉으론 화려하고 남부러울 게 없지만, 실은 인간적인 번뇌까지 벗어날 순 없다. ‘슈퍼’하긴 해도 ‘노멀’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과학서적임에도 인간에 대한 애정이 페이지마다 배어있는 점은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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