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어둠 지나면 찰칵찰칵… 아, 여기가 ‘청의 호수’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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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가 소개하는 ‘인생 샷’ 포인트]홋카이도 명소 5곳
인천공항서 두 시간 반 거리… 4월까지 눈 내리는 ‘겨울왕국’
끝없는 설원 펼쳐진 비에이,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온천마을
삿포로 오도리 공원 등 포토 스폿

눈 덮인 호수에 각기 다른 각도와 세기의 야간 라이트업이 진행되자 환상적인 설경 속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이 연출된다. 캐논 EOS-1D Mark2 카메라로 ISO-200, 조리개 F/11, 노출시간 30초로 세팅해 24mm 렌즈로 촬영했다. 홋카이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눈 덮인 호수에 각기 다른 각도와 세기의 야간 라이트업이 진행되자 환상적인 설경 속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이 연출된다. 캐논 EOS-1D Mark2 카메라로 ISO-200, 조리개 F/11, 노출시간 30초로 세팅해 24mm 렌즈로 촬영했다. 홋카이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스마트폰 카메라의 영향으로 우리는 눈앞의 풍경을 수시로 사진으로 남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생 최고의 사진이라는 ‘인생 샷’을 찍고 싶어진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명소로 회자되고 인생 샷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7일 인천공항에서 두 시간 반 걸려 일본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37년간 일본 홋카이도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지역 풍경사진에 천착해 온 고노 마사토시(河野正敏·74) 씨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홋카이도는 사계절이 뚜렷한데 봄과 가을이 짧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봄 여름 가을 하절기로 분류된다. 사계절 언제나 방문해도 좋지만 사진 촬영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역시 여름과 겨울, 그중에서도 단연 겨울이다.”

홋카이도는 그야말로 겨울 왕국이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무려 1년의 절반인 6개월간 겨울이 계속된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당연히 눈과 함께 시작된다. 빠르면 10월 말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눈이 이듬해 5월까지도 내린다. 사진기자의 입장에서 홋카이도 포토 명소 다섯 곳을 소개한다.

[1] 아오이이케(靑い池·청의 호수)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에메랄드 빛을 내뿜는다는 아오이이케가 홋카이도 풍경 중 으뜸이다.

비에이(美瑛) 근처에서 댐 공사를 할 때 활화산 물줄기가 숲으로 흘러 고이면서 호수가 만들어졌다. 활화산 물 성분이 만들어낸 에메랄드 빛 호수와 물에 잠긴 고목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쉽게도 겨울이 되면 호수가 꽁꽁 얼고 눈에 덮인다. 호수의 파란 수면의 신비로움을 기대하고 찾아온 관광객은 온통 눈으로 덮인 모습에 실망감을 금치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실망은 금물. 비에이 관광 당국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일몰 이후인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호수에 야간 라이트업을 한다. 각기 다른 각도와 세기의 조명을 활용해 신비롭고 환상적인 설경 속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촬영 포인트이다.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변하는 ‘요정의 호수’를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비에이초 도카다케 근처 ‘시로가네 온천’에서 약 2.5km 끝에 자리하고 있는데, 컴컴한 주차장에서 몇 개의 불빛을 따라 걷다 보면 호수 입구가 나오고, 여기서부터는 칠흑같이 컴컴해 손전등을 켜고 5분여간 이동하게 된다. 깊고 컴컴하고 조용한 산속이 약간 무섭다고 느껴질 즈음 촬영 포인트에 다다른다. 사진 애호가나 연인들이 삼각대를 활용해 카메라 노출 속도를 달리하며 아주 조용히 촬영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독특한 장면이다. 공기 좋은 산속이어서 예쁜 별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1월 초 현재 단체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진입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2] 비에이 패치워크 로드와 파노라마 로드 설경

비에이 패치워크 로드 지역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이 설경 속 나무들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다.
비에이 패치워크 로드 지역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이 설경 속 나무들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세븐스타 나무, 켄과 메리의 나무, 오야코 나무, 호쿠세이 언덕 전망공원 등 패치워크 로드와 신에이 언덕 전망공원, 비바우시 소학교, 다쿠신칸. 크리스마스트리의 구릉 등 파노라마 로드는 겨울철에 더 낭만적이고, 붉은 노을이 질 때 강렬한 풍경이 펼쳐진다. 패치워크 로드가 꽃이나 나무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곳이라면, 파노라마 로드는 언덕 곳곳에 솟아 있는 전망공원이 촬영 포인트이다.

환상적으로 끝없이 펼쳐진 설원은 오버 더 레인보가 아니라 오버 더 스노 힐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고 잠시 철학적 문학적 상념에 젖게 한다. 스토리를 가진 나무들 근처에는 영락없이 연인, 친구들이 찾아와 각자의 인생 샷을 찍고 있다. 겨울에는 줄지어 이어진 꽃 대신 눈에 덮였어도 은근히 드러나는 밭고랑 밭이랑의 굴곡과 음영을 섬세하게 담을 수 있다. 비에이는 서울보다 면적이 크므로 전체 지역을 걸어서 둘러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에이역에서 렌터카를 빌리거나 택시를 대절하는 게 좋다.

[3] 시라히게노타키(しらひげの瀧·흰수염폭포)

아오이이케에서 차로 5분 거리의 시로가네 온천마을에 위치한 폭포로 절벽을 타고 흐르는 폭포수가 마치 흰 수염처럼 보여 붙은 이름이다. 온천수인 덕분에 폭포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수산화알루미늄 성분을 함유한 온천수여서 폭포는 흰색인데 그 아래를 흐르는 물은 에메랄드 빛을 띤다. 계곡 절벽 사이에 매달린 고드름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수의 증기가 어우러져 특이한 광경을 선사한다. 특히 흩날리는 함박눈이 내린다면 더욱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라이트업으로 일몰 이후 오후 9시까지 멋진 야경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운이 좋으면 먹이를 찾아 폭포 주변 눈밭 위를 어슬렁거리는 붉은 여우를 만날 수도 있다.

[4] 삿포로(札幌)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눈과 함께 시작된 홋카이도의 겨울은 밤이 무척 길다. 오후 4시면 해가 지기 시작해 5시면 이미 주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다. 이때쯤 삿포로의 오도리 공원과 시내 주요 거리에는 다양한 포토 스폿을 즐길 수 있는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이 시작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점등됐는데 올해는 3월 14일까지 계속된다. 오도리 공원의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은 매년 2월 개최되는 삿포로 눈축제 준비를 위해 12월 25일까지만 점등됐다. 올해 삿포로 눈축제는 2월 4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해발 1088m에 마련된 운카이 테라스에서 장엄하게 펼쳐진 구름바다 위로 해가 뜨고 있는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2018년 8월. 아사히신문 제공
해발 1088m에 마련된 운카이 테라스에서 장엄하게 펼쳐진 구름바다 위로 해가 뜨고 있는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2018년 8월. 아사히신문 제공
[5] 운카이(雲海) 테라스

운카이 테라스는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에 있다. 호시노 리조트는 비에이와 후라노에 가깝고, 신치토세 공항과 오비히로를 잇는 도토 고속도로 옆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숲에 둘러싸인 산 중턱 리조트에 머물면서 도시의 복잡함을 잊고 호젓하게 힐링할 수 있다. 곤돌라를 타고 13분이면 해발 1088m에 위치한 운카이 테라스에 도착한다. 시즌 중 이른 아침에 테라스에서 구름바다를 만날 확률은 약 40%다. 겨울이 되면 운카이 테라스는 무빙(霧氷) 테라스로 변신한다. 온 천지가 눈에 쌓인 설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한낮에도 바람이 세차니 방한에 신경 써야 한다. 리조트 안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물의 교회’라는 건축물도 있는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선정된 곳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기하학적인 형태의 건축물로 예배가 아닌 결혼식을 위한 웨딩 채플로 이용되며 한 해 200쌍 이상이 결혼식을 올린다.


▼비에이 자작나무 숲, 풍경 작가를 사로잡다▼

다쿠신칸과 마에다 신조

지붕에 눈이 소복이 쌓인 전시관 건물 입구.
지붕에 눈이 소복이 쌓인 전시관 건물 입구.
다쿠신칸(拓眞館)은 전원마을 비에이를 세상에 알린 일본의 유명한 풍경사진 작가, 색채의 사진가로 불리는 마에다 신조(前田眞三·1922∼1998)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개인 갤러리다. 폐교된 소학교 자리에 1987년 문을 열었다. 마에다 신조는 전시관이 위치한 지명과 자신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다쿠신칸이란 명칭을 지었다고 한다. 2018년부터 마에다 신조 사후 20년 기획전 ‘마음에 남는 100장 명작선’이 전시 중이다. 동절기(11월∼이듬해 4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절기(5∼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다. 무료. 올해 1월 21일부터 4월 5일까지는 임시 휴관이다. 전시관 건물 옆 언덕과 자작나무 숲이 아름답다.

1922년 도쿄도 하치오지(八王子)시에서 출생한 마에다 신조는 1967년 사진에이전시 단케이(丹溪)를 설립해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1971년 일본 열도 촬영 여행길에서 홋카이도 비에이 언덕의 풍경에 매료돼 1974년 첫 사진집 ‘후루사토의 사계’를 출판했다. 이후 풍경사진 분야에서 독자적인 작풍을 확립해 1977년 대표작 ‘바큐슈센레쓰(麥秋鮮烈)’를 발표하며 유명해졌다.
 
홋카이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홋카이도#인생샷#일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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