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김주영 같은 입시코디 찾기, 바로 우리 교육 현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31일 18시 23분


“실제로 ‘김주영’(김서형)같은 입시 코디를 찾는 게 우리나라 교육의 맨얼굴 아닐까.”

JTBC 금토극 ‘SKY캐슬’은 인기를 넘어 사회 현상이 됐다. 블랙코미디와 미스터리 스릴러장르를 결합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상위 0.1%의 명문가 사모님들의 민낯도 끄집어냈다.

‘SKY캐슬’이 단순히 ‘상류층들이 입시 코디까지 고용해 자녀교육을 시키는데 열을 올린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연출자 조현탁 PD는 “실제로 입시 코디를 찾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게 답답하고 아쉽다”면서도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조사차 대치동에 직접 간 적이 있다. 밤에 가서 가만히 앉아 지켜보면 괴상한 풍경이 많다. 큰 가방을 멘 어린 아이들이 신용카드를 들고 돌아다닌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식당에는 학생들이 가득하다. 카드로 밥을 사먹고 공부하러 계속 이동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이렇게 굴러가고 있더라. 이 작품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현실이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류층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 교육에 목숨을 거는 과정을 그렸다. 조 PD는 유현미 작가 역시 부모와 자식 간에 교육을 소재로 놓고 ‘진심을 묻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이 잘 되게 하려고 강압적으로 대학 입시를 강요할 수밖에 없지만, ‘결과적으로 무엇이 남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단다.

“‘이명주’(김정난)가 자살하지 않고 아들 ‘영재’(송건희)가 서울의대 입학 후 쭉 다녔다면 어땠을까. ‘이명주’는 ‘영재’가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았을 거다. 이후에는 대학병원에서 유능한 전문의가 되고, 센터장, 기조실장, 병원장이 되게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된 사람이 ‘강준상’(정준호)과 그 어머니 ‘윤 여사’(정애리)다. ‘강준상’은 쉰이 다 돼서야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SKY캐슬’은 지난 26일 제19회가 2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정확히 이것이라고 말을 못하겠다”면서도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핫한 사회적 이슈와 드라마 스토리가 맞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입 밖으로 꺼내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 힘들지 않느냐. 그런 부분을 드라마가 건드리기 시작하니까 시청자들이 많이 봐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회 시청률은 1.7%에 불과했다. 촬영 초반에는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반응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2회 4.4%를 찍더니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촬영 중에도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옆 테이블에서 ‘SKY캐슬’ 얘기를 하더라”며 “아주머니들이 드라마 안 보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서 절하고 싶었다”고 고마워했다.

명장면으로는 ‘한서진’(염정아)이 ‘김주영’에게 무릎 꿇는 장면을 꼽았다. 김주영이 ‘감당할 수 있으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감당할 수 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한서진’은 기존 드라마의 전형적인 선한 캐릭터가 아니다. 이기적이면서 악당의 면모를 가져 시청자들이 보기에 불편한 지점도 있다. 그러나 “염정아가 엄마의 입장에서 진심을 담아 연기하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고 귀띔했다. 모든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줬지만, “처음 이 작품이 출발 할 수 있게 해준 건 염정아씨다. 대본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안했는데 흔쾌히 응해줬다”며 “작품이 끝날 때까지 예술적 동반자로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고마워했다.

한서진의 딸 ‘예서’(김혜윤)의 라이벌인 ‘혜나’(김보라) 역시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가 아니다. 그저 피해자처럼 착하게 그리지 않고, 어른들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 독한 면모도 드러냈다. ‘혜나’ 역시 “이 시대의 현실을 보여준다”면서 “‘혜나’가 지고지순해야 불행을 당했을 때 훨씬 파장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설명이 안 되는 게 너무나 많고, 심지어 내 옆에 있는 사람도 파악이 안 되지 않느냐. 현실감을 반영해 인물이 풍부하게 그려졌다”고 짚었다.
김혜윤(23)을 비롯해 김보라(24), 조병규(23), 김동희(20) 등 아역들의 열연도 인기를 끄는 데 한몫 했다. “캐스팅 디렉터 없이 오디션을 통해 직접 선발했다”면서 “하루 종일 몇 주에 걸쳐서 봤다. 정말 많은 배우들을 만나서 몇 명을 봤는지도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캐스팅 후 촬영 직전까지 아역들을 JTBC에 출퇴근시키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며 “힘든 과정을 씩씩하고 즐겁게 임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조 PD는 상류층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신경썼다. “아무리 표정으로 숨겨도 손은 거짓말은 못 한다”면서 “미술, 촬영감독과 촬영 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 디테일함을 살렸다”고 말했다.

첫 회부터 19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스토리가 늘어지거나, 긴장감을 잃은 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 방송 전 최종 편집본을 처음으로 보는 색 보정 담당자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자꾸 스토리에 빠져서 색 보정 타이밍을 놓친다’고 할 수준이다. “특별한 전략은 없었다”면서도 “배우, 작가, 스태프 모두 120% 발휘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물론 높아진 인기만큼 비판도 잇따랐다. 가정을 돌보고, 자녀 교육을 시키는 데로만 여성을 한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혼외자녀, 청부살인, 패륜 등을 소재로 삼아 ‘막장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막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라고 하는 것도 그렇지 않느냐. 하지만 막장은 죄가 없다. 막장은 악의적으로 사용되거나 개연성, 설득력이 없을 때 문제가 생긴다. 작품 안에 막장적 요소가 있지만, 원래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운반하기 위해 가져 온 설정이다.”

‘SKY캐슬’은 2월1일 밤 11시 마지막 20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결말 관련 온갖 스포일러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퍼져 있는 상태다. “오늘 새벽까지 편집을 했다. 친한 방송 관계자가 결말을 물어서 ‘진짜 알고 싶냐?’ ‘진짜 알고 싶으면 말해줄게’라고 하니까 다들 ‘아니야. 방송으로 볼게’라고 하더라. 방송으로 봐 달라. 마지막회에 시청자들에게 진정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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