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건 싫지만 가까워지면 불편해…사회적 지능이 ‘바보’라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일 15시 23분


코멘트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Hungry Heart’

‘우당탕탕’하는 드럼으로 시작한 투박스러운 전주가 끝나면 그전까지 과도하게 지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노래만 부르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갑자기 보통 사람들(저를 포함한 바보들)의 솔직한 속내를 구성지게 읊어주기 시작합니다. 스프링스틴의 첫 번째 대중적 히트곡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흐르는 강물처럼, 난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계속 흘러갔어. 우리에게 소중했던 것을 찢어 쓸모없는 것을 나눠가지고, 우린 결국 혼자로 남겨졌어. 우린 모두 허기진 가슴을 가졌어. 겉으론 아닌 척 해도 누구도 혼자이고 싶지 않으니까.”

우린 모두 외롭기 싫고, 친밀한 관계에 굶주려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곧 불편과 갈등을 겪게 되고 그 어긋한 관계를 회복하지 못 하곤 하죠. 그래서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 한다는 분노와, 인정과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길을 잃게 됩니다.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만 그 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 하죠. 인지적 지능은 정상인데, 감정적 혹은 사회적 지능이 바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지능이란 관계와 사회생활을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잘 발달되면 의사소통을 잘 해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갈등을 예방하고, 공동체를 결합시키고, 나아가서는 주변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십을 가지게 됩니다.

사회적 지능의 첫 번째 요소는 안정된 정서입니다. 마음이 안정돼야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집중해서 살펴볼 수 있고, 상대방의 미묘한 감정과 의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또 마음이 안정돼야 감정적인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과 전체적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표면만이 아니라 이면도 파악하는 통찰력을 발휘해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쪽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정서상태, 주의력, 객관성, 통찰력이 사회성의 첫 번째 기본 조건입니다. 물론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이해와 기술의 연마도 필요하죠.

사회적 지능의 두 번째 요소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 이 세상이 우호적이라고 신뢰하는 긍정적인 세계관입니다. 그런 마음 없이 사회적 기술만 발휘하면 곧 진실성이 없음을, 감정에 따라 지킬과 하이드가 된다는 사실을 들켜버리죠.

인간은 자신을 존중하고 신뢰해주는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이 세상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 그런 긍정적인 믿음은 상대방에게 배려와 신뢰를 베풀게 해주죠. 정상적인 사람들은 존중과 배려에 좋은 반응으로 보답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선순환이 사회적 지능을 키워주죠. 불운해서 이런 좋은 상호작용의 경험이 부족했다면 지금이라도 노력해서 그 경험치를 쌓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사회적 지능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좋든 싫든 ‘가까운’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해야하는 명절입니다. 스프링스틴이 대중의 마음을 읽는 사회적 지능을 발휘해 성공했듯 우리도 사회적 지능을 발휘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야 할 것입니다. 가깝지만 도저히 존중해 줄 수 없는 사람과의 조우를 피할 수 없다면 사회성의 첫 번째 조건만 여우같이 발휘하는 사회적 기술도 필요하겠죠? 그러려면 먼저 마음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불편한 명절, 허기진 마음 어떻게 채울까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