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인간을 품고, 인간은 숲에 기대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산업화라는 미명 아래 숲의 모성적 성격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숲을 정복의 대상으로 봤다. 난개발과 무차별적인 벌목으로 둘의 관계는 금이 갔다. 책에는 인간과 숲의 일그러진 관계를 치유하려 모인 이들의 ‘환경 서사시’가 펼쳐진다.
저마다의 운명에 이끌려 숲을 찾은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감전 사고로 죽다 살아난 뒤 나무의 소리를 듣게 된 파티광 대학생, 비극적 운명의 나무 사진 100년 치를 물려받은 화가, 전투기가 격추당한 뒤 반얀나무 위에 떨어져 겨우 목숨을 구한 미 공군, 나무에서 떨어져 장애를 갖게 된 학생…. 이들은 숲의 속성을 배우며 인간의 파괴적 개발로 위기에 놓인 원시림의 참상을 목격한다.
저자는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숲이 불러들인’ 객체에 머물게 했다. 인물들이 끊임없이 관찰하고 느끼는 숲은 말 한마디 할 수 없어도 진짜 주인공이 된다. 나무껍질의 향, 나이테, 나무에서 싹이 움트는 모습에 대한 묘사는 평소 깨닫지 못한 숲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정도다.
환경보호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 의식을 가르치려 하지는 않는다. 치밀한 관찰을 통해 얻은 숲에 대한 식견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숲속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은 ‘영원한 가지들이 뻗고 영원 속으로 뿌리가 뻗으며 베어 쓰러져도 다시 움이 돋는’ 살아 있는 인간과도 같다.
작품은 러시아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떠올리게 한다. 시베리아 원시림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사랑과 인생을 다룬 영화에서 숲은 역시 벌목으로 스러져 가면서도 잠시 손님으로 머무는 인간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준다. 숲은 두 작품에서 모두 인간들이 스스로 비극을 마주하도록 더 따뜻하게 인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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