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시벨리우스 스페셜’ 콘서트 이틀째 연주가 열린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앞에는 흰 눈이 깔렸다. 시벨리우스는 이날 연주된 교향곡 6번 서두에 대해 ‘첫눈의 냄새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는 시벨리우스의 관현악곡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자 이날 첫 곡으로 연주된 교향시 ‘핀란디아’에서 가장 개성적인 해석을 드러냈다. 도입부 두 번째 주제에서 목관과 현의 각 음마다 분명한 강세를 주었고, 목관으로 제시된 ‘찬가’ 주제를 현이 받는 부분에서는 볼륨을 줄여 웅대한 울림보다 실내악적인 간명한 합주를 부각시켰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협연한 양인모 역시 간결하고 날렵한 시벨리우스를 선보였다. 악장마다 템포를 다소 당겨 잡았고, 2악장 주선율을 비롯해 느리고 ‘깊다’고 해석돼 온 선율들도 활 전체를 써서 빠르게 그었다. 대부분의 연주자가 활 속도를 늦추고 깊이 누르면서 풍성한 비브라토로 북방의 고독감을 강조하는 데서 살짝 비켜 나왔다. ‘시벨리우스적인 시벨리우스’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는 면모였다. 만족할 만큼 큰 볼륨은 아니었지만 솔로부가 관현악에 묻혀 버리는 부분은 없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묻히지는 않았지만 만족할 만한 음량은 아니었다.
콘서트 후반부, 시벨리우스 만년의 교향곡인 6번과 7번이 진행되면서 벤스케는 자신의 진면모에 한층 다가갔다. 6번의 첫 악장에서 이 곡 특유의 운동성이 충분히 강조되지 않았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앙상블은 차갑게 정밀해졌고, 실내악풍의 정교함이 부각된 현 합주에 관악이 광대한 배경화를 더해주는 멋진 순간들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미네소타 교향악단 악장이자 벤스케의 부인인 에린 키프가 악장석에 앉아 농밀한 합주를 이끌었다. 6번 교향곡 4악장 말미의 정교한 세레나데풍 합주의 아름다움은 오래 잊히지 않을 순간이었다. 7번 교향곡 후반부에 춤곡 주제가 들어올 때 순간적으로 현과 금관이 맞아들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투명한 앙상블과 목관의 명인기는 다시금 청중을 두근거리며 숨죽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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