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앙리 파브르(1823∼1915), 제인 구달,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그리고 오프라 윈프리. 이들의 재미와 통찰, 섬세함을 적절히 섞으면 이 책이 된다.
온통 푸른 나뭇잎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저자는 여성 생물학자다. 특히나 숲 우듬지 생태학을 개척했다. 로프와 장비를 둘러메고 수십 m 높이의 나무에 직접 올라 반평생을 연구했다. 현장생물학자가 생생히 그려낸 현장 에세이다.
어릴 적 읽었던 모험소설처럼 흥미롭다. 호주에서 저자는 무시무시한 거인가시나무와 맹독성 호주갈색뱀을 밤낮으로 상대한다. 수백만 마리의 크리스마스풍뎅이가 잎을 갉아먹는 요란한 소리에 잠도 설친다. 남자들뿐인 업계와 현장에서 수십 년 살아남은 강인한 여성만이 들려줄 수 있는 낙천적 유머가 글에 넘실댄다. ‘128그루의 관목에는 22만7082개의 잎사귀가 달려 있었다’ 같은 학자적 디테일도 빼곡하다.
여성으로서 보수적인 가정과 학계를 오가는 저자의 심리적 모험 역시 고단하다. 만삭에도 이동식 크레인을 타고 숲 우듬지를 더듬고, 아기용 양털 담요에 바글대는 구더기도 마주한다. 아프리카 서부의 피그미족들 사이에서도 연구를 진행한다. 책의 숲을 탐험하다 보면 디알리움 파키필룸, 사고글로티 가보엔시스 같은 어려운 나무 학명마저 게임의 캐릭터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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