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1운동 100년, 2020 동아일보 100년]
항일밀정-신사파괴 故 전을생 경사… 경찰청, 사연 찾아내 기념사업 추진
고 전을생 경사는 16세이던 1941년 8월부터 중국에 주둔하는 일본군 헌병대 통역으로 일하며 독립운동을 돕는 ‘밀정’ 역할을 했다. 스무 살이던 1945년 2월엔 고향 평안북도 정주군 옥천면에 있는 일본 신사를 파괴했다. 광복 이후 남한으로 와 경찰이 된 전 경사는 1968년 제49회 3·1절 행사에서 독립유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하지만 그 뒤로는 경찰 조직에서 잊혀진 이름이 됐다.
경찰청은 전 경사를 32번째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으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전 경사가 정년퇴직한 지 44년 만이자 세상을 떠난 지 15년 만이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경찰 내 숨은 독립유공자를 찾아오다 1968년 2월 29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전 경사의 사연을 발굴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전 경사는 1943년 장제스(蔣介石) 중앙군에 복무하는 친형 전기생 씨(1919년생)에게 일본군의 공격 계획을 몰래 전했다. 전 경사의 밀정 역할로 일본군은 1943년 2월 중앙군과의 전투에서 350여 명이 전사하는 참패를 당하는 등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1947년 10월 당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일하던 큰아버지 권유로 경찰에 투신한 전 경사는 29년간 재직했고 2004년 별세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 경사가 일했던 서울지방경찰청과 종로경찰서에 기념물을 세우고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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