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한류 재시동
자체 제작한 작품 ‘어거스트 러쉬’ 올해 시카고 이어 브로드웨이 진출
해외서 만든 작품 국내로 들여와 다시 제작해 역수출 성공하기도
“특정 한류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콘텐츠 개발하며 진화 거듭”
뮤지컬 한류가 재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나 국내 창작 뮤지컬의 라이선스만을 수출하던 방식을 넘어 공동 제작, 제작 투자, 케이팝(K-pop)과 뮤지컬을 결합한 마케팅도 등장했다.
CJ ENM은 뮤지컬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를 겨냥했다. 6월 공연할 ‘물랑루즈’의 제작자로 참여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투자해 한국 공연권은 물론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공동 제작 권리를 갖는다.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는 자체 제작해 올해 시카고에서 선보인 뒤 내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방침이다. 과거 한국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는 ‘훈장’을 달고 국내 관객들을 대상으로 실질적 수익을 냈던 방식과 차이가 있다.
뮤지컬 스타 발굴을 통해 해외 진출에 나서기도 한다. 오디컴퍼니는 케이팝과 뮤지컬을 결합한 ‘팝시컬(Popsical)’ 그룹 ‘티버드’와 ‘핑크레이디’를 선보였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팝시컬 프로젝트의 활동 영역이 해외 무대로 넓어지면, 팝시컬 그룹에 관심 있는 해외 관객이 한국 뮤지컬에도 관심을 갖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뮤지컬을 들여와 업그레이드한 뒤 해외에 역수출하기도 한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독일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헝가리 작곡가 레바이 실베스테르가 만든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시 제작해 헝가리로 수출한 바 있다. 아서왕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한 ‘엑스칼리버’는 국내 공연 후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모든 작품을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다는 전략이다. 뮤지컬 ‘라이온 킹’과 ‘스쿨 오브 락’을 국내로 들여온 에스앤코는 아시아권 국가의 도시별 월드투어를 기획하는 ‘투어 프로듀서’로 나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경우, 완성도를 더 높이고 현지 관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를 일본과 중국에 진출시킨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작품들이 더 흥행할 수 있게 계속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창구도 만들어 실시간으로 현지 공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라이브’는 중국 배우와 제작진이 한국을 찾아 기획 단계부터 협업한 뮤지컬 ‘랭보’를 한국 초연 43일 만에 해외에 진출시켰다. ‘팬레터’, ‘마이 버킷리스트’ 역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초창기 국내 뮤지컬은 한류 스타에 의존하고 진출하는 지역도 일본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선공연 하고 콘텐츠 개발, 자본 투자를 하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악보나 대본만 판매하는 식으로 수출 방식을 다변화하고 콘텐츠, 투자 등에 대한 새로운 실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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