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에 자문해 가며 가사-주제 정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4일 03시 00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음악 총괄감독 ‘MGR’ 박용찬

3·1운동 100주년 음반을 총괄 제작한 작곡가 MGR는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을 받을 만큼 힘들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1운동 100주년 음반을 총괄 제작한 작곡가 MGR는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을 받을 만큼 힘들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기미독립선언문,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 4·19혁명 선언문…. 다양한 글을 읽었습니다. 이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은 한마디로 뼈가 갈리는 듯한 작업이었죠.”

대중가요 작곡가 MGR(본명 박용찬·50)가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음악 제작 부문 총괄감독을 맡았다.

최근 무료로 공개한 디지털 앨범 ‘민국(民國, 100th Anniversary)’이 그 결과물이다. 핵심 작품은 그가 작사, 공동 작곡·편곡을 맡은 교향곡 ‘민국’. 약 24분 분량, 3악장의 대작이다. 대중음악가로는 이례적인 작업이다. 그는 이수영의 ‘라라라’ ‘I Believe’, 조용필의 ‘걷고 싶다’의 작곡가이자 조용필 19집 ‘Hello’의 프로듀서다.

안 그래도 역사에 흥미가 있던 MGR는 이참에 자기 나름대로 한국사를 학습하는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김서경 작가, 전우용 계승범 역사학자에게 조언을 받아 작사와 주제 선정을 했다.

피겨 스타 김연아와 가수 하현우가 함께 부른 ‘3456’도 그렇게 나온 곡. 원래 조용필 씨에게 주려고 써둔 노래를 다듬어 내놨다.

“‘3456’은 태극기의 건곤감리에 담긴 숫자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이 일어난 달입니다.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교향곡은 고조선 후삼국 고려부터 서양 열강까지 여러 나라를 서로 다른 멜로디로 형상화했다. 역사의 굽이굽이를 추상적 음으로 그려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연주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합창단, 소프라노 황수미에게 맡겼다. 총보의 수정과 제본만 여덟 차례 거듭하며 매달렸다.

“영화 ‘신과 함께’ 음악을 맡은 임미란 강미미 현서원 씨와 함께 작곡·편곡을 했어요. 음향 믹싱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음향 엔지니어 존 컬랜더에게 맡기는 등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앨범 마지막 곡 ‘독립군의 아내’는 소프라노 임선혜가 불렀다.

MGR는 “평생 가장 힘든 작업이었지만 기회가 되면 연작으로 더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동안 불의에 비폭력으로 맞섰다는 것을 이번에 공부하며 알았습니다. 제목도 그래서 국민의 나라, ‘민국’으로 지었지요. 한국사를 꿰뚫는 정신, 그것은 바로 인본주의 아닐까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mgr#3·1운동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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