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면을 가득 채운 유리창밖엔 하늘색 하늘. 뿌연 하늘 말고 진정 파란 하늘 말이다! 벽면의 서가를 점령한 것은 하늘색의 문학 전집. 표지가 날개로 변해 하늘하늘 날아가 버릴 것처럼 상쾌한 하늘색이었다. 천국 궁전의 하늘 방에라도 온 것일까. 서울 광화문의 어떤 호텔 로비라고 누군가 말해줬다.
어쩐지 다 꿈이었다. 깨어나 보니 진짜 하늘은 잿빛이었다.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달콤한 사랑의 꿈에서 깨어난 아침처럼. 다친 새를 연주하고 싶었다.
쓴맛의 하늘은 ‘Luka’ 같았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수잰 베이가의 노래. 멜로디는 밝고 리듬은 상큼한데 가사 내용은 정반대인 곡이다. 동요처럼 귀여운 분위기와 달리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윗집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내 이름은 루카/2층에 살아/너희 집 위층이지/나 본 적 있을 거야.’
시키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한 노래 속 화자, 루카가 조심스레 자기 얘기를 털어놓는다.
‘밤늦게 무슨 소리를 듣는다면/뭐였는지 그냥 묻지 말아줘/내가 골칫덩이여서겠지.’
나온 지 32년이나 됐지만 악곡과 가사 모두 아직 신선하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뮤직비디오 댓글에 ‘장조로 된 가장 슬픈 노래’라고 썼다.
실제로 루카라는 아이가 있었다. 베이가는 뉴욕의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루카를 만났다. 그 뒤에 이야기를 상상해 냈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얘기를 노래로 만들고 싶어졌어요. 모두들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을 거예요. 그 멍에를 평생 지고 살아야 하죠.”(베이가)
베이가는 이런 우울한 노래를 돈 주고 사서 들을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Luka’는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음악 팬을 울렸다. 이 곡과 ‘Tom‘s Diner’를 담은 앨범 ‘Solitude Standing’은 싱어송라이터의 문학적 성취를 담은 명작으로 꼽힌다.
또 다른 젊은 싱어송라이터 줄리언 베이커가 얼마 전 서면 인터뷰에서 한 선답(禪答)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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