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할 줄을 몰랐다. 당시 다른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고 스케줄이 안됐다. 그런데 나에게 시나리오가 와서 처음엔 당황했다. 시나리오를 읽고나선 고민을 많이 안했다. 해야만 할 것 같은 작품이었다.”
배우 설경구(52)는 6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종언 감독과 배우 전도연(45)·어린이 배우 김보민(9)이 자리를 함께 했다.
신예 이종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감독은 이창동(65) 감독의 ‘밀양’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한 바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4월3일 개봉. 설경구와 전도연은 세월호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부로 나온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2001) 이후 18년 만의 재회다.
“촬영하기 전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포스터를 봤다. 18년간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정말 똑같다.”(설경구)
“멋있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때는 설렘이 없었는데, 지금은 가끔 그걸 느낄 정도로 남성미가 있다. 하하.”(전도연) 설경구는 특수한 사정으로 외국에 있다가 뒤늦게 가족에게 돌아온 아빠 ‘정일’을 연기했다. 아들이 죽는 날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품고 살다가 아들의 생일을 준비한다.
설경구는 세월호 사건에 관해 “온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참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사건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서로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작은 물결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
전도연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엄마 ‘순남’을 맡았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때는 부담스러웠다. 선뜻 다가서기가 힘들었던 작품이다. 고사도 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앞으로 살아가야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출연을 결정했다.” 이 감독은 2015년 경기 안산의 세월호 유가족 심리치유센터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영화를 기획했다. “세월호 참사로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생일 모임을 한다. 생일 모임을 함께 하면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더니 기꺼이 인터뷰를 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글을 다 쓰고 영화가 완성됐을 땐 유가족을 찾아가서 상황을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었고, 편집본을 완성하기 전에 유가족 대상으로 시사회를 했다.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고맙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마음을 놓았다.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더 많이 주목하고 이해하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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