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60살 생일 맞은 바비 인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3일 03시 00분



아주 예쁜 여자를 칭찬할 때 흔히 ‘바비 인형 같다’고 합니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허리가 잘록한 바비(Barbie) 인형은 모습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그러니 현실의 어린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바비 인형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59년 3월 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장난감 박람회였습니다. 조각처럼 아름다운 모습의 바비 인형은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후 미인의 대명사가 된 바비는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0억 개 이상 팔린 걸로 추산된다고 하니, 인형 캐릭터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9일 바비의 60번째 생일을 맞아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습니다. 바비는 한낱 인형으로 보기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바비는 전 세계 수많은 어린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동심(童心)을 함께한 특별한 존재입니다. 하나의 의미이자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인형입니다.

바비는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일반 여성이 바비 같은 몸매를 가질 확률은 ‘0%’에 가까울 텐데도 바비처럼 되고 싶은 허황된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살 빼기와 거식증, 성형수술 열풍을 부추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미의 기준을 획일화한다’ ‘성을 상품화한다’ ‘인종 차별을 부추긴다’ 등의 비판도 바비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뒤로하고 바비는 계속 변신하고 있습니다. 통통한 바비, 키 작은 바비, 유색 인종 바비와 같은 현실적인 모습을 한 바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환갑을 맞은 올해엔 휠체어를 타고 의족을 한 채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바비까지 나왔습니다. 바비 디자이너 킴 컬몬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모습을 바비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도 변했습니다. 유색 인종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조각 미인이 아니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인식은 분명 진보의 방향성을 띱니다. 바비가 자신의 상징과도 같던 공주 드레스를 벗고 래퍼, 엔지니어, 의사 등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비의 변신은 ‘나’라는 정체성을 갖고 당당할 때 진정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남녀 간의 전통적 성 역할도 변했습니다. 생물학적 성(sex)과 달리 사회문화적 성(gender)은 사회적으로 학습됩니다. 성 역할의 분화를 말할 때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갖고 노는 것이 당연시되고 남자아이가 인형을 갖고 노는 것은 금기시됩니다. 그런 문화 풍토가 여전합니다. 환갑을 맞은 바비는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유리천장과 유리벽을 깨고 ‘넌 뭐든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바비의 나이와 무관하게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바비는 어여쁜 여인입니다. 60년 동안 갖은 사랑과 비판을 함께 받아온 바비가 오랜 관행과 인식의 틀을 깨고 진보의 방향성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바비인형#60년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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