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서 권리를 따지는 것을 예술가답지 못하다고 여기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관심이 전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극과 극의 영역으로 오해 받는 법과 미술의 관계를 쉽게 풀어낸 책이 나왔다. 김영철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60)의 책 ‘법, 미술을 품다’(뮤진트리·1만8000원·사진). 김 변호사는 22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까지 지냈다. 1987년 목포지청 근무를 계기로 미술에 관심을 갖고 서울대 미대 최고경영자(CEO)과정에서 미술을 배우며 법 강의까지 하게 됐다.
책은 김 변호사가 2012년부터 강의한 ‘미술법’을 토대로 한다. 강단에 처음 섰을 때 미대 학생 대부분은 법을 ‘나와 관련 없는 일’로 여겼다. 민사법과 형사법의 개념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현대 법은 권리를 스스로 주장해야 하기에 기본은 알아야 최소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책 속에는 19세기 영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한 작가 휘슬러와 비평가 존 러스킨의 소송사건부터 현대미술 작가 댄 플래빈까지 풍부한 사례를 담았다. 이는 7년 동안 강의를 하며 학생들과 함께 쌓아온 자료라고. 이 덕분에 미술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미술계 주요 사건을 곁들여 법을 이해하는 교양서적으로 읽을 만하다.
미술인을 위한 책인 만큼 기초를 사례와 다룬 것이 특징이다. 김 변호사는 “향후 몇 년간 법적 문제가 될 만한 대부분의 사례가 담겨 있다”며 “미술계에서 실질적으로 많이 부딪칠 만한 문제가 궁금하다면 기본 원칙을 다룬 1장과 2장을 추천한다”고 했다.
책을 쓰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쉽게 쓰느라 진땀을 뺐다는데, 왜 바쁜 변호사가 미술에 관심을 가질까 궁금했다. 그는 “무미건조한 형사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미술 공부를 통해 행복을 얻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성장 가능성이 많은 한국 미술계에 보답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회 수준이 높아질수록 미술에 대한 관심도 많아질 겁니다. 특히 감정의 중요성이 커질 거예요. 제 강의를 듣고 미술법 논문을 쓰거나 감정을 배우러 유학하는 학생이 늘어났어요. 향후 공신력 있는 기관이 감정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신뢰와 투명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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