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노인용’ 상품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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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조지프 F. 코글린 지음·김진원 옮김
/488쪽·2만 원·부키

통조림에 담긴 순하고 담백한 맛의 저렴한 죽. 빠르지는 않지만 목을 꺾지 않아도 높이 매달린 신호등이 잘 보이고, 운전대가 쉽게 돌아가고, 연료가 적게 드는 자동차. 버튼을 누르면 응급구조대를 호출하는 펜던트.

모두 과거 미국에서 고령층을 타깃으로 선보였다가 크게 쓴맛을 봤거나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상품들이다. 이유는 뭘까. 하인즈가 개발했던 죽은 맛은 간과한 채 노인을 치아가 성치 못하고, 소득이 거의 없는 존재로 취급했다. 크라이슬러의 연료 절약형 자동차는 ‘노인들이나 타는 차’로 인식됐고, 결국 노인들도 사지 않았다. 펜던트는 구매자에게 자신이 쇠약하고 고립된 존재라는 느낌을 줬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에이지랩’을 설립하고 50세 이상 연령층을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저자는 이 같은 상품들은 고령층을 미적인 욕구도, 다양한 인간적 욕구도 없는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고 꼬집는다. “노인을 디자인이나 다른 요소를 따질 겨를이 없는 중환자와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침대 매트리스 아래 설치돼 야간에 심박수나 호흡, 행동 데이터를 의사에게 보내는 감지기를 성생활을 즐기는 고령자가 과연 환영할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시니어그룹의 소비 비중이 높은 ‘장수 경제’의 도래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조지프 f. 코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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