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고분시대’라는 특이한 시대가 있다. 사람들이 고분에 열광하며 무려 10만기가 넘는 고분을 축조한 시기다. 고분은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절차와 여러 의례를 거쳐 완성되는 거대한 무덤이다. 사람들은 왜 이 거대한 것을 만드는 데 그토록 많은 힘과 노력을 기울였을까. 고분은 그들에게 어떤 사상적·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출판사 생각과종이가 펴낸 신간 ‘거대한 고분에 새겨진 고대인들의 죽음에 관한 관념’은 오랫동안 다양한 시각에서 고분을 발굴 조사한 일본 고고학자 와다 세이고가 30년에 걸쳐 이뤄낸 연구의 집대성이다. 고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도서출판 생각과종이와 가경고고학연구소가 함께 기획했다. 저자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3명의 국내 고고학자들이 함께 번역에 참여했다. 이 분야 연구자뿐만 아니라 대중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어려운 고고학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꿨다. 풍부한 도판과 각주로 이해를 높였다.
이 책은 일본 열도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고대 한중일의 유적과 유물을 비교연구한 결과도 수록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죽은 자를 장사지내는 사람들의 행위에 초점을 맞춰 고분 의례 방식과 절차를 검토했다. 저자는 고분을 단순히 ‘죽은 사람을 묻기 위한 장소’로 보는 선입견을 버리고 ‘장례가 행해진 장소’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세계관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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