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225억원을 들여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복원했으나 석탑 상·하부 형태가 원형과 달리 층별로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연구소는 석탑을 해체한 뒤 원형대로 다시 쌓는 방법을 검토하지 않고, 그때그때 축석 방식을 바꿨으며 구조안정성을 계산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1998년 안전진단 결과 노후 판정을 받으면서 해체·복원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문화재청 소속기관인 문화재연구소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사업을 대행하며 해체조사, 구조보강, 보존처리 등을 시행했다.
해체 당시 미륵사지 석탑 내부에 있는 석재는 서로 다른 모양의 크고 작은 자연석이 흩어 쌓여있는 상태였고, 공극(석재 사이의 빈틈)이 흙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런 방식은 감은사지 동탑, 남리사지 석탑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고대 석탑 축조기법으로, 문화재연구소도 2012년 흙을 대체할 수 있는 충전재를 선정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런데 문화재연구소는 2014년 해체한 석탑을 다시 쌓기 위한 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원형의 축석방식을 재현할 수 있는지 검토하지 않고, 정사각형 모양의 가공된 새로운 석재로 교체해 반듯하게 쌓기로 계획했다. 기존의 석재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품질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가 2016년 원래의 부재를 보존한다며 문화재연구소는 축석방식 변경을 검토했다. 이미 석탑의 2층까지는 정사각형 모양의 새로운 석재를 사용해 쌓아올린 상황이었다.
결국 2층까지는 정사각형 석재로 쌓아올린 것을 그대로 두고, 3층부터는 기존의 부정형 석재를 재사용하고 석재 사이를 충전재로 채우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문화재연구소는 이렇게 축석방식을 바꾸면서 내진성능 등 구조적 안정성을 계산하지도 않았다. 문화재수리법에 따르면 축석방식을 변경할 경우 구조계산을 거친 설계도에 따라 시공하도록 돼 있다.
돌연 축석방식 변경을 통보받은 시공사는 설계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문화재연구소는 공사 중단에 따른 사업기간 연장이 부담스러워 설계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석재 중 재사용 가능한 수량이 얼마인지, 새로운 석재를 조달해야 하는지, 축석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날그날 사용할 석재를 현장에서 고르면서 석탑 내부가 복원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더욱이 3층부터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석재를 사용하면서 내구성이 강한 충전재가 필요했으나 문화재연구소는 별도의 자문이나 연구 없이 충전재 종류를 변경했다.
문화재연구소는 당초 실리카퓸을 배합한 무기바인더를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2012년 충전재 연구용역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를 충전재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기존의 충전재인 흙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흙과 색상이 가장 유사해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현재 구조물 변위계측 결과가 안정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변경된 축석방식은 공극을 유발하는 등 구조적으로 불안할 수 있으므로 설계도를 작성하고, 충전재 성능을 재검증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까지 안전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조계산 필요성이 낮다는 문화재청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구조안정성 검증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방안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앞으로 문화재를 보수할 때 원래 구조와 형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수리하고, 실측설계도 없이 문화재를 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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