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명창(1917∼1995)을 연기하는 젊은 소리꾼 권송희 씨의 대사에 안숙선 명창이 바로 받아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전화기를 쥔 듯 연기하던 안 명창이 빈 왼손을 잠시 내려놓고 말했다.
“…저기, 송희 씨, (김소희) 선생님은 그렇게 (자기소개) 안 하셨는데?”
좌중이 폭소를 터뜨린다.
12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지하 연습실. 이야기창극 ‘두 사랑’ 연습은 안 명창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 덕에 종종 개그콘서트 비슷하게 흘렀다.
다음 달 5∼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두 사랑’은 안 명창의 62년 무대 인생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1947년 전북 남원의 아홉 살 꼬마 안숙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대기를 재미난 현대극 형식으로 풀었다. 이 때문에 이날 연습은 몇십 분 사이에도 1940년대 전북 남원부터 2019년 서울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타임머신이 됐다. ‘이야기창극’이란 장르명도 이 무대를 묘사하기 위해 붙인 새 이름이다.
서두에 묘사한 장면은 1969년, 서울의 김소희 명창이 남원국악원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안 명창을 찾는 대목. 극에서 안 명창과 소리꾼 권송희, 배우 고수희 이지나는 여러 인물로 분해 안 명창의 일생을 좇는다. 이번 공연을 위해 안 명창이 1년 동안 구술한 것을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극본으로 엮어냈다.
안 명창은 장면마다 어린 숙선, 젊은 숙선으로 분했다, 가야금 병창을 했다, 소고춤을 췄다, 1인 다역. 바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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