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우 작가는 “좋아하는 게 많고 꽂히면 깊이 빠진다”며 “한 줄기 유머와 ‘덕질’이 인생의 쓸쓸함을 감싸준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한강, 히가시노 게이고, 최은영 등이 점령한 대형 서점가에서 꿋꿋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이도우 작가(50)다. 2004년 데뷔작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북박스)은 25만 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 지난해 6월 출간한 세 번째 장편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시공사)는 6만 부를 찍고 순항하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는 “장르도 데뷔 경로도 불분명하다. 오로지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살아남았다”고 했다.
“웹 소설을 쓰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책을 펴내며 데뷔했어요. 장르는 ‘애매모호’ ‘힐링’ ‘이도우표’ 정도? 순문학도 대중문학도 아닌데 읽고 나면 마음이 촉촉해진다고들 해요. ‘이도우표’라니 정말 영광이죠.”
‘날씨…’는 시골 작은 독립서점을 중심으로 연결된 인물들의 관계를 다룬다. 우연히 재회한 동창생 은섭과 해원, 해원의 어머니와 이모, 서점 독서모임 회원들의 사연이 제각각 반짝이며 이야기를 잇는다. ‘(관계에) 금이 가면 어때?…그런 게 세상에 있기나 해?’ ‘오해는 없어, 누군가의 잘못이 있었던 거지. 그걸 상대방한테 네가 잘못 아는 거야, 라고 새롭게 누명 씌우지 말라고.’ 반응이 뜨거운 대목들이다.
“은연중 느껴왔던 감정을 포착한 대목에서 (독자들이) 울컥하는 것 같아요. 사적·공적으로 사과를 잘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해라고 되받아치는 건 2차 폭력과 다름없어요.”
대학 졸업 뒤 10여 년간 쪽잠 자며 문장노동자 생활을 했다. 라디오 작가와 출판 편집자, 카피라이터…. 닥치는 대로 일하다가 건강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두 달간 활자를 딱 끊었는데, 어느 순간 자판을 두드리며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작품이랑 작가가 너무 다르다고들 해요. 목가적이고 얌전한 작가를 상상했는데 웬 개그우먼이 나타났느냐고요. 한데 전 사실 허무주의자예요. 너무 허무해서 더 웃고 웃기고, 현실을 무대로 하되 마법처럼 평화로운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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