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과학 이야기를 그림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일례로 빙하의 작용을 설명하면서 그 구조를 초콜릿 바에 빗대 그렸다. 지표의 눈은 초콜릿 코팅, 빙하는 캐러멜, 빙하가 녹으면서 떨어진 돌은 땅콩, 흙은 쿠키로 표현했다. “남극의 빙하는 무척 무거워서 지구의 표면을 짓눌러 으깬다”는 설명과 함께 모루 위에 지구의 모습을 그리는 식이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포도와도 24% 비슷할 뿐 아니라 빵을 만드는 효모와도 18%는 비슷하다” 같은 정보가 깔끔한 그림으로 표현돼 눈길을 끈다. 숲속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잘 자라는 고사리는 ‘내성적인 사람’에 비유했다.
‘팔에 난 털은 왜 1m까지 자라지 않는지’ 같은 주제에서 알 수 있듯 생명과학, 지구과학, 물리 등 분야별로 흥미를 당길 만한 소재를 다뤘다. 통념과 다른 포인트도 잡아냈다. 나무를 이루는 물질은 뿌리를 박고 있는 땅 밑의 흙과 물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수분에서 왔다고 한다.
저자는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상어 이빨만 3000여 개를 수집한 괴짜다. “과학에 대한 학문적인 지식 없이 이 책을 썼다”고 겸손해하지만 내용이 꽤 알차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제 82년이 지났으니 확실히 죽었을 것이다” 같은 유머도 나쁘지 않다.
다만 ‘즐길 수 있는 과학’을 추구한 탓인지 허술한 구석이 없진 않다. ‘꿈을 꾸는 이유’는 여러 설이 있는 데도 한 가지 주장만 소개됐다. 벌거숭이두더지쥐 그림 아래 물곰 등 완보동물의 설명을 달아놓은 건 좀 뜬금없다. 장수나 생명력이 두 동물의 공통점이어서라고 추정되지만 별다른 설명이 없기에 평범한 독자라면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완보동물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그림으로는 모양도 얼핏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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