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의 다음 수는 63. 흔히 이런 곳을 대세의 요처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수를 웬만하면 ‘한가하거나 불요불급한’ 수로 계산한다. 모양은 그럴듯한데 어느 곳에도 확실한 도움을 주거나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면은 흑이 세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 그러나 세력의 경계선이 너무 넓어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우선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곳부터 막아야 했다. 참고도 흑 1, 3으로 우하 쪽을 막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백도 4로 삭감해 들어오겠지만 이 그림이 흑으로선 실전보다 훨씬 두텁다.
그러나 63이라는 무늬만 요처를 집착한 순간 백 64, 66으로 우하가 뚫렸다. 이렇게 되자 흑의 세력은 이제 사방이 허술한 느낌이다. 우변 흑 세력도 백 70으로 집을 만들기 쉽지 않고, 좌상을 키우고 싶어도 백 78 침입의 급소 때문에 안 된다. 형세가 급격히 백이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