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억건 철저분석… 취향저격 영화 귀신같이 콕 집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Case study]국내 동영상 서비스시장 뒤흔든 왓챠플레이

“‘어벤져스’ 같은 마블 영화만 즐겨 보는 내가 멜로 영화를 좋아할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플레이의 구독자 A 씨의 궁금증은 곧 사라졌다. 왓챠플레이에서 추천받은 멜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그의 ‘인생 영화’가 됐다. 평생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왓챠플레이가 일깨워 준 셈이다.

국내 스타트업 왓챠가 2016년 출시한 왓챠플레이는 현재 2030세대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서비스다. 젊은층들에겐 CJ ENM의 티빙, SK텔레콤의 옥수수 등 대기업 자본으로 만들어진 OTT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의 라이벌이라는 평까지 듣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서 OTT 서비스 업체 중 매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개인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추천 알고리즘

왓챠플레이의 성공 비결은 개인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추천 알고리즘에 있다. 왓챠플레이를 출시하기 4년 전부터 시작한 무료 영화 추천서비스 덕분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를 포함한 창업 멤버들은 사업 초기 영화를 즐겨 보는 ‘헤비 유저’ 60여 명을 모집해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고 싶은 영화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데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개인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남들이 평가한 영화 별점리뷰의 ‘평균’만으로는 개인별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영화별로 개인의 예상 별점을 추측해 제공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도 힘썼다.

이를 위해 왓챠는 유저들이 최대한 많은 영화의 별점 리뷰를 남기게끔 유도할 수 있는 사용자환경(UI) 및 사용자경험(UX) 개발에 힘썼다. 화면 구성은 물론이고 별점을 매기는 방식까지 신중하게 결정했다.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 실제 유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A/B테스트가 무려 150건 넘게 진행됐다. 그 결과 약 500만 명의 유저로부터 5억여 건에 이르는 영화 별점 리뷰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네이버가 보유한 영화 별점 리뷰 개수 1500만 건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박 대표는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천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 한 결과 유저가 10개의 영화 별점 리뷰만 남겨도 취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 5만여 편에 달하는 방대한 콘텐츠 확보

왓챠는 ‘롱테일 이론’(하위 80%가 상위 20%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에 꼭 들어맞는 왓챠플레이 사용자들의 소비 패턴에도 주목했다. 즉, 최신 영화를 평가하는 유저 비율은 전체의 18%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지나간 콘텐츠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이에 따라 왓챠는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CP)들이 보유한 ‘과거’ 콘텐츠들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방송국처럼 제작 여력도 없고, 대기업처럼 엄청난 자본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사들과 정면 대결을 하기보다는, 콘텐츠 다양화를 통해 하위 80% 고객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CP 입장에서도 이미 수익을 내기 어려운 지나간 콘텐츠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왓챠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문을 수개월간 두드리며 ‘왕좌의 게임’ ‘빅뱅이론’ 등 구독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킬러 콘텐츠’ 확보에도 힘썼다. 기존 OTT들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기존 CP들과의 경쟁구도를 심화시키고 있지만 왓챠는 이와 반대로 CP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왓챠플레이는 할리우드 제작사를 포함한 국내외 다양한 CP들과 제휴를 맺고 현재 영화, 드라마, 코미디 등 여러 장르에서 총 5만여 편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넷플릭스가 세계 최고 온라인 방송국을 꿈꾼다면, 왓챠플레이는 고객의 선호에 맞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비디오 가게”라며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성향과 콘텐츠를 분석하는 등의 서비스를 CP들에 제공해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왓챠플레이#마블 영화#멜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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