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바버라 립스카, 일레인 맥아들 지음·정지인 옮김/372쪽·1만6800원·심심
2015년 6월 어느 아침 저자(바버라 립스카)는 머리에 염색약을 바르고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채 조깅을 했다. 그리고 20년 동안 살았던 동네에서 길을 잃었다. 어찌어찌 집에 돌아온 뒤에는 염색약에 물든 자신의 셔츠와 덩이진 머리카락을 거울로 보고도 이상하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이상한 행동을 보인 건 흑색종이 저자의 뇌에 전이됐고, 치료 과정에서 염증까지 생겨 전두엽이 손상된 탓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저자가 30년 동안 신경과학자이자 분자생물학자로 정신질환을 연구한 인물이라는 사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산하 인간두뇌수집원장인 그가 극적으로 흑색종을 이겨내기까지 두 달 동안 정신질환에 시달린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자제력을 잃었고, 전날 먹은 피자가 플라스틱 덩어리라고 생각했고, 누군가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렸다. 음식에 엄청난 집착을 보였고, 언제나 날이 선 채로 지나치게 남편을 비난했다. 자신의 정신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부서졌고, 빛은 그 틈으로 들어온다.”
저자는 정신을 차린 뒤 미국 조지타운대 병원 현관에 장식된 이 표어가 마음에 강렬하게 와 닿았다고 했다. 오랜 세월 뇌 장애를 연구했지만 정신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불안을 야기하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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