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몸에 좋은 식품과 약을 찾기 마련이다. 인삼, 홍삼, 노니, 산야초, 아로니아 등 건강기능식품부터 각종 종합영양제까지 몸에 좋다는 건 일단 입에 넣어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진짜 건강식은 가까이에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발효식품이야말로 건강한 장수의 꿈을 이뤄줄 수 있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그 어떤 명약보다 건강 증진에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발효란 젖산균이나 효모 같은 미생물이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우리 몸에 유용한 물질이 만들어진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대표적인데 김치, 된장 등 전통발효식품에서 흔히 발견된다. 김치나 된장으로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소화가 잘되고, 면역력도 증진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식품은 대부분 발효 과정을 거친 것이다. 하지만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은 발효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각종 화합물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믿고 먹기 께름칙한 것이 적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자들의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전통식품품질인증 또는 식품명인인증을 주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농식품부가 내놓은 ‘전통식품품질인증 및 식품명인 업체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관련 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07점을 기록했다. 구체적인 구매 이유로는 국산 원료에 대한 믿음, 인증마크에 대한 신뢰 등이 꼽혔다.
서일농원을 운영하는 서분례 명인의 청국장은 편백나무를 이용한 발효 과정을 거쳐 특유의 냄새를 없앴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식품부는 전통발효식품 생산 활성화를 위해 우수 사례를 선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발효 기술의 명맥을 잇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화된 생산 시스템으로 만든 제품을 꼽아 공식 보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김치 분야에서는 ㈜왕인식품의 ‘남도미가’, 장류 분야에서는 서분례 명인의 ‘서일농원’, 주류 분야에서는 농업회사법인 술샘의 ‘미르40’이 선정됐다.
‘남도미가’는 배추 품질 유지를 위해 전남 영암군 생산자와 계약재배를 진행하고,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한다. 또 일반 업체에서 한 가지 젓갈을 사용하는 데 반해 4가지 젓갈을 사용해 차별성을 갖췄다. 더불어 HACCP 기준 적용업소로 위생관리도 통과해 신뢰도를 높였다. 남도미가 김치는 지난해 제7회 김치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서일농원을 운영하는 서분례 명인은 냄새를 없앤 청국장을 개발해 지난해 식품명인 활동우수자 선정 농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편백나무 발효실에서 콩을 36시간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냄새를 줄여 소비자의 거부감을 없앴다.
술샘의 ‘미르40’은 경기 용인 지역의 백옥쌀, 누룩, 물만 이용해 약주와 청주를 만든 뒤 증류시킨 프리미엄 쌀소주. 첨가물이 없어 순수한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7년엔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다.
발효미생물을 활용한 전통식품의 품질 고급화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전통발효식품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의 하나로 ‘발효미생물산업화지원센터’와 ‘소스산업화지원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또 2017년부터 ‘종균활용 발효식품산업지원사업’을 통해 산업화가 가능한 유용 균주를 전통식품 제조업체에 맞춤형으로 보급함으로써 신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수한 발효식품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만남의 장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2019 대한민국 발효문화대전’이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 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리는 윤중로 일대에는 벚꽃 철이 되면 매년 150만 명이 모인다. 봄꽃축제의 한복판에서 열리는 발효문화대전은 전국 각지의 발효음식 명가 70여 곳에서 김치, 전통장류, 한과류, 전통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전국 각지의 우수한 발효식품을 만날 수 있는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국민이 전통발효식품을 지속적으로 찾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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