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반갑다! 따사로운 4월의 햇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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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일 화요일 맑음. 천체물리학.
#311 Jason Mraz ‘93 Million Miles’(2012년)

“언제까지 이렇게 더운 거야? 그래도 서울 사람들, 겨울엔 살 만하겠다.”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해 여름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지날 때쯤 J가 말했다. 한국 여행은 난생처음이라는 스웨덴 범죄소설 작가 J는 스톡홀름경찰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아마 겨울엔 스톡홀름보다 서울이 더 추울걸?”

나의 말에 J가 “말도 안 돼!”라고 답했다. 스톡홀름에 세 번 갔던 경험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겨울 날씨가 서울과 별 차이 없다. 찾아보니 스톡홀름의 겨울 평년 기온은 영하 3도∼영하 1도에 불과하다.

범죄소설 작가 J와 스웨덴 때문일까. 문득 존 르 카레의 하드보일드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연상한 이유. 외국 한 번 나가본 적 없는 고교 때인가 그 책을 읽으면서 ‘한국도 추운데 추운 나라는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에 책장마저 얼음장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실은 르 카레 원작의 박찬욱 연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보면서 이 모든 생각이 떠올랐다.

추운 3월이 지나고 꽃 소식이 들려온다. 기나긴 서울의 겨울이 이제야 끝이 나는 듯하다. 노랗고 따사로운 햇살이 반갑다. 그래, 이게 진짜 낮의 명도였지.

몇 년 전 만났던 미국 팝 가수 제이슨 므라즈는 날씨 좋은 샌디에이고 외곽에 산다. 황금빛 햇살이 다반사이겠지만 그 역시 명상을 하던 중 햇살의 영적인 힘을 체험한 뒤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가 지은 태양에 대한 최고의 찬가는 ‘I‘m Yours’가 아니다. 자신의 곡 중 최고로 꼽는 ‘93 Million Miles’(사진)다. 9300만 마일이란 다름 아닌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다.

‘태양에서 9300만 마일/자, 다들 준비하라고/이제 빛이 도착할 테니까, 아름다운 빛이/지평선 너머 우리 눈 속에’

노래의 메시지는 이거다. 당신이 지금 아무리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아무리 힘든 일에 지쳐버렸다고 해도, 매일 아침 당신이 잠든 사이에 무려 9300만 마일을 쉬지 않고 달려온 햇살이 당신을 맞아줄 테니. 당신은 언제든 집에 올 수 있다고. 매일매일 언제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제이슨 므라즈#93 million m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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