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이 정력에 좋다고?…재미있고 슬픈 호르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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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3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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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이지 호르몬 / 랜디 허터 엡스타인 지음 / 양병찬 옮김 / 동녘사이언스 / 1만9800원

크레이지 호르몬© 뉴스1
크레이지 호르몬© 뉴스1
인간의 신체부터 기분까지,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몸의 ‘진정한 주인’ 호르몬 과학의 역사를 되짚으며 제대로 호르몬을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호르몬이 발견되고 이름이 붙여진 때부터 현재까지 100년 남짓된 호르몬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놀라운 발견으로 시작돼 유별난 돌팔이짓과 광기로 얼룩진 역사다. 의사와 과학자들의 무모하고도 황당한 도전들이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호르몬의 과학적 연구는 1848년 독일 의사 아놀트 베르톨트가 수탉 2마리의 고환을 모두 떼어낸 후 다른 수탉의 배에 하나씩 이식하는 실험을 벌인데서 시작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고환엔 활력제가 들어 있을까. 다른 곳에 이식해도 제 역할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황당한 연구는 과학적인 의미를 거두며 최초의 과학적 연구로 평가된다.

1920년대엔 정관수술이 대유행했다. 목적은 피임이 아닌 ‘회춘’이었다. 이를 주도한 이들은 다름아닌 의사들이었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정력을 증진시켜준다며 환자들에게 유인원의 고환을 이식하기까지했다. 호르몬에 대한 설익은 지식이 가져온 비극인 셈이다.

1950년대 태어난 보 로랑은 여성과 남성 사이의 간성으로 태어났으나 의사들로부터 아무런 고지를 받지 못하고 성기수술을 받아 여자아이가 됐다. 이후 그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호르몬 과학의 역사에서 검증되지 않은 오염된 성장호르몬 주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환자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들은 의사와 과학자들의 오만함이 불러 일으킨 결과다.

저자는 이같은 ‘크레이지한’ 연구와 실험들이 많은 희생을 낳기는 했지만 의사와 과학자들의 광기 덕에 호르몬의 미스터리가 밝혀지고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호르몬을 ‘가장 광범위한 과학’이자 ‘가장 인간다운 과학’이라 말한다.

9개의 분비샘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수십가지다. 이러한 호르몬은 사춘기, 신진대사, 행동, 수면, 기분, 면역, 수요, 모성애, 성, 섹스 등을 통제한다. 그야말로 우리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과 충동을 조절하는 것이 호르몬이기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내부에서부터 외부로 차근차근 살펴보는 책”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이자 의학 저술가이며, 예일대 의대 전속작가이다. 의학과 집필에 정통한 저자의 이 책은 미국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호르몬 연구 역사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고, 뉴요커는 “광기와 창조성으로 뒤틀린 내분비학의 흥미로운 역사”라고 극찬했다. 또 사이언스뉴스, 포브스에 의해 2018 최고의 과학책으로 선정됐다.

목차를 보면 책의 윤곽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Δ뚱뚱한 신부 Δ호르몬과 내분비학의 탄생 Δ뇌하수체 호르몬 Δ킬러 호르몬은 있을까 Δ정관수술의 신화 Δ성 호르몬의 소울메이트 Δ성(gender)는 어떻게 결정되나 Δ성 호르몬 열풍 Δ헤아릴 수 없는 것의 헤아림 Δ성장호르몬의 부메랑 Δ폐경의 미스터리 Δ테스토스테론 마케팅 Δ사랑과 신뢰의 호르몬 Δ트랜스젠더의 성전환 Δ포감감을 느끼는 이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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